미국 역사에서 현대적 의미의 광고기법을 선거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정치인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다.
아이젠하워 캠프는 1952년 대선에서 슬로건과 캐치프레이즈를 광고카피처럼 꾸몄다. 대중의 눈과 귀에 쏙쏙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만화주인공처럼 익살스럽게 그린 인물 캐릭터도 사용했다. 군인 출신이라는 딱딱함을 없애고 국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려는 의도였다.
아이젠하워는 정치에 공식 입문하기 전인 1951년 이미 슬로건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이 이뤄지고 있었다. 다름아닌 아이젠하워의 애칭 ‘아이크(Ike)’를 이용한 “아이 라이크 아이크(I like Ike.)”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 슬로건은 훗날 리처드 닉슨 정부에서 상무부 장관을 지낸 피터 피터슨이 창안했다.
피터슨은 아이젠하워라는 인물에 대한 신뢰감과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비슷한 발음의 반복과 리듬을 고려해 이같은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공화당 아이젠하워 캠프는 대선에 임하면서 30분짜리 TV연설보다 20초~1분짜리 TV스팟광고를 적극 활용했다.
또한 이 광고가 ‘아이 러브 루시(I Love Lucy)’ 같은 당시 최고 인기프로그램의 앞이나 뒤에 나가도록 편성했다.
아이젠하워는 대선에 나서면서 “이제는 변해야 한다(It’s Time for a Change)”는 메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TV선거광고에서 자주 쓴 캐치프레이즈는 “아이크를 대통령으로(Ike for President)”였다. 물론 “아이 라이크 아이크”는 꾸준히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도록 매스미디어를 통해 반복했다.
짧게 만든 선거광고는 아이젠하워가 일반 시민이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형태로 꾸며졌다. 이렇게 해서 붙은 선거광고 시리즈의 타이틀이 ‘아이젠하워가 미국에 대답한다(Eisenhower Answers America.)’였다.
반면 민주당 아들라이 스티븐슨 후보는 30분짜리 TV연설에 치중했다. 이 방식은 너무 정치지향적이었기에 홍보 효과에서 아이젠하워에 미치지 못했다.
광고기법을 선거에 적절히 활용했던 아이젠하워의 전략은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요인 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아이젠하워에게 TV광고기법을 사용하도록 한 아이디어는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인 ‘M&M’을 창안했던 로서 리브스로부터 나왔다. M&M은 ‘손이 아닌 입(Mouth) 안에서 녹는(Melt) 초콜릿’을 의미하는 알파벳 'M' 2개를 써서 대성공을 거둔 브랜드네임이다.
한국에서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선 박근혜 후보가 27일 “박근혜가 바꾸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박 후보 캠프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메인 슬로건의 하위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바꾸네’를 연결해 리듬까지 살린 점을 보면 “아이 라이크 아이크”가 연상된다.
박 후보 캠프는 “2번에는 박근혜”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내세웠다. ‘이번’과 경선기호 ‘2번’의 같은 발음을 활용한 것이다.
대선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다른 여야 후보들도 광고카피 기법을 적용한 캐치프레이즈를 줄줄이 내세울 전망이다.
60년 전 아이젠하워 시절과 달리 쏟아지는 광고홍수 속에서 사는 게 오늘날의 대중이다. 웬만한 캐치프레이즈로는 눈길을 끌 수 없다.
여야 대선 후보 캠프의 아이디어 경쟁이 볼만할 것 같다. 물론 선거의 본질은 아니지만.
시사어퍼컷=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