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무소가 안정되면 내년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고객들과 함께 가족 동반 봉사활동을 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기회를 준 한국 사회를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미국 로펌 롭스앤그레이(Ropes&Gray) 한국사무소의 김용균(56) 대표 변호사는 법률시장 개방 이래 외국로펌 소속으로 대한변협에 처음 등록한 1호 변호사다. 이 로펌은 지난 16일 국내 사무소 개설 승인을 첫째로 받았고, 대한변협에 등록한 다음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이 회사에서 한국 기업 담당팀을 이끌다가 이번에 한국사무소 대표로 오게 됐다. 김 변호사는 "한국 법률 시장 개방을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첫째로 승인받게 돼서 기쁘다"며 "한국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봉사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한국시장에 20곳 넘는 외국 로펌이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미 한국 기업을 고객으로 갖고 있는 로펌들이 주로 들어올 것"이라며 "이전에 이 업체들이 홍콩, LA, 뉴욕 등지에서 한국 기업을 놓고 경쟁했다면, 이제 장소만 바꿔 서울에서 경쟁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의 아버지는 5·16 당시 6군단장을 지냈던 김웅수(89·전 미국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 예비역 소장이다. 학도병으로 일본군에 끌려갔던 아버지는 해방 후 창군(創軍)에 기여했지만 5·16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아버지는 1962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고, 그해 풀브라이트 재단 도움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김 변호사 어머니도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 의류 공장에 취업해 재봉일을 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의 부모가 자리 잡을 때까지 한국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았고 1967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미국 가톨릭대학 생물학부 재학 시절 마약에 빠진 청소년들을 보면서 청소년을 위한 전화상담소를 워싱턴 DC에 만들었다. 대학 4학년 때였다. 그리고 진로도 로스쿨로 바꿨다. 미국 로펌에서 일하면서 한국 관련 일을 하게 된 건 필연이었다고 했다. '뿌리' 때문이다.
김 변호사의 명함 아래쪽엔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 그림이 있다. 186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보스턴에서 세워진 롭스앤그레이는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로펌이다. 특허 소송 담당 변호사만 220여명으로 전체 변호사의 5분의 1에 달한다. 라이트 형제뿐 아니라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 등의 법률 대리를 맡았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국내법 관련 소송 시장 성장은 둔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의 활발한 해외 진출로 현지 법률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 로펌은 특히 전문 분야인 특허 소송, 기업 인수·합병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