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을 계기로 언론에서는 앞다퉈 런던을 조명하고 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이른바 '대영박물관'이다. 조선일보도 23일자 A20면 런던의 문화올림픽을 알리는 기사에서 '대영박물관'을 언급했고, 공영방송 KBS 역시 글로벌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대영박물관'이다.

그런데 원래 이름이 '영국박물관(英國博物館·The British Museum)'인데 우리가 '대영박물관(大英博物館·The Great Britain's Museum)'으로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를 불편해할 사람들도 많을 듯하다. 영국인들이 '사람(man)'이라고 하는 것을 굳이 '거인'으로 번역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영국박물관내 안내서 판매대에 있는 각국 나라말로 제작된 책표지를 보면 모두 영국인이 이름 붙인 대로 '영국박물관'이라고 되어 있는 반면 유독 한·중·일 3국만이 '대영박물관'으로 되어 있다. 중국·일본이 '거인'으로 오역해 쓴다 해도 우리는 '사람'으로 정확히 불러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영국이 대영제국(大英帝國)으로 군림했던 19세기도 아닌 21세기에 이제는 우리 모두 영국을 영국으로 바로 보았으면 한다. 그래서 '대영박물관' 대신 글자 그대로 '영국박물관'으로 제대로 부를 때가 됐다. 물론 '대영박물관'이라고 부르며 굳어진 언어도 현재의 언어이긴 하지만, 책임있는 언론에서 틀리게 굳어진 말을 바로잡아 줬으면 한다. 보통명사라면 논리와 진의보다는 통용 상태가 더 우선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박물관 이름은 고유명사이기에 이제까지의 통용 여하에 관계없이 틀렸으면 바로잡아야 한다. 이는 고유명사 '동해(東海)'의 명칭이 외국에서 틀리게 불리는 것을 바로잡아야 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언론에서 영국박물관으로 고쳐부르는 시기를 앞당겨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