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전군에 보급하고 있는 디지털 무늬의 신형 전투복이 '찜통 군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형 전투복처럼 하계(夏季)·동계(冬季)용으로 별도 제작된 게 아니라 사계절용으로 제작하면서 땀 배출과 통풍이 잘 안 되는 소재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민간과 협력해 2008년 신형 전투복 개발에 나섰다. 기존 전투복이 상의를 하의 안으로 집어넣어야 하는 등 활동하는 데 불편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군은 정밀 인체 스캐너로 장병 324명의 체형과 동작을 분석해 활동성과 착용감을 강화했다. 미군 군복처럼 상의를 밖으로 꺼내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만든 신형 전투복의 가격은 한 벌에 5만3000원이다. 구형 전투복(2만8000원)보다 갑절가량 비싸다. 국방부는 2014년까지 예산 950억원을 들여 신형 전투복을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통풍이 문제였다. 구형 전투복은 동계용과 하계용이 구분돼 있으며 하계용 원단은 폴리에스테르와 레이온을 65 대 35로 섞어 제작했다. 신형 전투복은 폴리에스테르와 면을 68 대 32로 섞었다. 레이온은 통풍이 잘 되는 반면, 면은 땀 흡수에 강하다.

박정희 서울대 생활과학대 교수는 "폴리에스테르는 기본적으로 평상시 땀 배출이 잘 안 되는 소재"라며 "구형 하계 전투복은 여기에 레이온을 섞어 통풍 기능을 강화해 결점을 보완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하지만 신형 전투복은 면이 섞여 땀 흡수는 빨라졌지만 레이온 없이 폴리에스테르만 있어 땀이 전투복 안에서 머물게 된다"고 했다. 사계절용으로 만들면서 옷감이 두꺼워진 점도 신형 전투복을 덥게 만든 이유다.

소매를 걷어올리는 것을 금지하는 복장 규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군은 구형 전투복을 입을 때 여름엔 7㎝ 폭으로 소매를 걷어 팔꿈치 위까지 올리도록 했다. 대신 훈련시에는 전투 상황을 가정해 소매를 다시 내리도록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신형 전투복을 보급하면서 "24시간 전투 상황에 대비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명목으로 여름에 소매를 걷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신형 전투복에 대한 '소매' 규정은 군별로 다른 데다 원칙도 제각각이다. 해병대는 작년 말 복장 지침을 개정해 신형 전투복의 소매를 걷을 수 있게 했고, 공군은 올 4월부터 각급 부대 지휘관이 부대 특성에 맞게 소매를 걷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육군과 해군은 소매를 걷지 못하도록 원칙을 정했다. 이 때문에 야외 훈련이 많은 육군 병사들이 여름이 되자 신형 전투복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도 파주 모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육군 최모(23) 병장은 "신형 전투복을 입고 야외에 나가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뻘뻘 난다"면서 "마치 땀복을 입고 운동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 모 부대에서 복무하는 고모(22) 일병은 "대구 지역은 분지라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덥다"며 "게다가 팔도 못 걷게 하는 복장 규정 때문에 매일 사우나 속에서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신형 군복을 지급받은 군인 상당수가 이를 외면하고 구형 전투복을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육군은 병사마다 신형 전투복이 3벌씩 지급되는 2014년 7월까지는 구형과 신형을 함께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서울에 사는 김모(50)씨는 "며칠 전 군대 간 아들 면회를 갔는데 면회실에 있는 병사 모두 구형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며 "아들도 신형 전투복 2벌을 받았다는데 여름엔 신형이 답답해 구형만 입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형 전투복은 겨울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에 복무 중인 이모(21) 상병은 "전에 입었던 겨울용 구형 전투복보다 신형 전투복이 더 얇다"며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전투복 같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하계용·동계용을 별도로 만들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군도 우리와 같은 재질로 사계절용 전투복을 만들었고 여름에 소매를 걷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한 미군에 근무 중인 카투사 황모(25) 병장은 "동료 주한 미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나라의 덥고 습한 기후로 인해 사계절용 군복을 불편해하고 있다"면서 "실내에서는 대부분 상의를 벗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40도 가까이 나는 우리 기후의 특성을 반영해 하계용 군복을 만드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여름에 소매를 걷어 입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