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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사랑

정찬주 장편|봄아필|295쪽|1만3000원


올해는 다산 정약용(1762~1836) 탄생 250주년. 루소, 헤르만 헤세, 드뷔시와 함께 유네스코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기도 하다. 쏟아져 나오는 다산에 관한 책만 한 수레다. 그중에서 작가 정찬주(59)가 지닌 차별적 시선이 있다. 다산의 사랑이고, 다산의 연민이다. 철학자와 사상가의 권위에 짓눌린 독자들이라면 다산의 허점과 빈틈이 지닌 인간적 매력을 만날 기회다.

강진에 유배된 18년 동안 다산이 사랑한 여인이 두 명 있다. 홍임과 홍임의 모(母).

홍임 모는 '남당네'라고 하던 삼십대 초반의 과수댁이다. 남당포 술청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다산의 눈에 그녀가 들어왔다. 남편이 죽고 친정으로 돌아와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어머니를 도와 일하던 중이었다.

고향 두물머리 마재를 지키고 있던 정실 홍씨 부인에 대한 미안함으로 스스로를 추스르면서도 이 애틋한 정분은 통제 불가능이 되어 열매까지 맺는다. 홍임이라는 늦둥이 딸을 얻은 것이다. 다산이라는 거대한 문 뒤에서 자기 윤곽을 지워버린 뒤 스스로를 희생하는 홍임의 어미를 작가는 애처로운 시선으로 쫓는다.

초당에서 강학(講學)할 때 다산은 빳빳하게 풀을 먹인 옷을 입고 꼿꼿한 자세로 제자들을 맞이했다. 당연히 홍임 모의 공이다. 채마밭까지 스스로 일궜던 다산의 땀투성이 옷에서는 늘 곰삭은 홍어 냄새가 났다. 하지만 사랑에 취한 여인에게 사내의 옷은 땀투성이가 아니라 페로몬의 향기로 느껴지는 법. 홍임 모는 그 빨랫감의 냄새를 맡고 "가슴이 콩닥거리고 아랫배가 쩌릿쩌릿하다"고 했다. 위대한 영웅의 서사가 아니라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놓은 연정의 애사(哀史)다.

이 소설이 지닌 또 하나의 미덕은 남도 방언 복원이다. "홍임 모친이나 나나 다 꿈을 뀌고 있넌 것은 아닐께라우? 꿀 때넌 좋지만 깨고 나문 사라져뻔지는 허망한 꿈"(다산의 제자 이청이 강진으로 다시 내려가기 전에 한 마지막 하소연) 등 다산을 제외하고 등장인물 대부분은 질펀한 남도 사투리로 일관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향기롭고 애틋한 '다산의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