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손에 한 줌 쥐고 넘겨 보는 맛이 있었다. 필름 한 통을 현상소에 맡기고 그 사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던 설렘도 사진을 찍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고 나서 사진은 찍는 즉시 보고 지우고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파일 사이즈를 줄여서 블로그나 SNS 서비스에 올리는 즐거움이 생기면서 사진의 '실물감'이 주는 흐뭇한 느낌은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내 사진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즉각적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문명이 가져다준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내 손에 들고 보는 사진의 맛은 첨단 IT 기술의 산물인 태블릿 PC를 통해 재현되기 시작했다. 사진이 포함된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 낸 앱(Application)들의 출시가 그것이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보는 사진의 일방적 전달방식과 비교하면, 손에 쥐고 넘기며 (손가락으로) 키우고 만지며 보는 느낌은 실물 사진을 대하는 듯하다. 많은 분량의 사진들을 한꺼번에 담아 다니며 언제든 '들고 볼 수' 있다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세계 최고라 일컬어지는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지(紙)도 일찌감치 앱 방식의 잡지를 출시해 전 세계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의 사진 전문지들도 점차 앱으로 옮겨가거나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최근 앱 전용으로 창간된 사진 전문 잡지 월간 '본(VON)'과 '자코(ZAKO)'도 많은 사진가들과 애호가들의 관심 속에 읽히고 있다. 두 잡지 이외에도 기존의 종이 잡지를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해 배포하는 포토플러스(Photo+)와 월간사진, 개인이 발행하는 포토뷰(Photoview) 등도 있다.
월간 '본'은 국내외 유명 사진가들과 사진계 인사들이 직접 생산하고 집필하는 완성도 높은 사진들과 사진 관련 글, 영화와 여행, 문학 등 다방면의 주제들을 사진 중심으로 풀어내는 잡지이다. 태블릿 PC외에 국내외에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갤럭시 노트 등 5인치대 이상의 화면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다. '자코'는 사진가들과 편집자, PD,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모인 커뮤니티형 회사의 이름으로, 카메라와 사진 강의, 사진 프로그램, 전시 소식 등 자유로운 소재를 담아 동명의 잡지를 매월 발행한다. '자코'의 편집장이며 '본'에 사진 애플리케이션 소개 글을 연재하는 심은식씨는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시각예술 작업을 좀 더 쉽고 솔직한 방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잡지 발행의 의미라며 창작자와 관람자 모두를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 전문 앱진 이외에도 패션과 생활, 여행, 문화 등을 중심으로 발행되는 잡지들은 국내에서만 이미 수백 종이 넘는다. 패션지 '쎄시(Ceci)' 여행 전문지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 '트레블러(Traveller)', 일찌감치 앱으로도 발행하기 시작한 영화 전문지 '씨네21'등은 많은 고정 독자를 확보하고 국내 앱진의 인기매체가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사진과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매거진 형식은 아니지만,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와 뉴스 사이트, 잡지 등에서 불러온 사진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플립보드(Flipboard)', 세계 각지에서 만난 길거리 패션 사진을 보여주는 '스트리트 스냅(Street Snap)',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소속 사진기자들의 뉴스 사진을 보여주는 '로이터 갤러리스(Reuter Galleries)' 등도 인기있는 사진 앱이다.
내 사진뿐 아니라 세계적인 사진가들과 재능있는 누군가의 좋은 사진들을 어디에서든 손으로 들고 만지며 느낄 수 있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