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2012년 상반기는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에게 흥행 1위를 내 주기는 했지만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를 필두로 한국영화의 저력이 빛났다. 특히 느와르, 멜로, 로맨틱코미디, 스릴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사랑받았다는 것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장르를 불문해 영화가 사랑받았다는 것은 그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상반기 관객들을 웃고 울린 명장면, 명대사 10개를 꼽아봤다.

명장면

1. 최고의 오프닝 상반기 영화 최고의 오프닝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를 꼽을 수 있다. 약한 스토리에도 이 장면으로 영화를 용서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 오프닝은 엔지니어가 인류로 거듭나는 장면을 광활한 물과 웅장한 배경 속에 담아냈다. 엔지니어가 약을 먹고 자결(?)하는 듯한 장면은 IMAX와 시각효과가 함께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 장면 역시 정확한 해석이 분분했다.

2. 여운남는 엔딩  '범죄와의 전쟁'의 마지막 장면. 이 영화는 손자의 돌잔치에서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최익현(최민식)에게 카메라가 다가와 그를 부르는 최형배(하정우)의 "대부님!"이란 목소리로 마무리된다. 당시 형배는 익현의 배신으로 수감된 상황인 터라 관객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윤종빈 감독은 극중 형배의 목소리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 "아버지 세대의 룰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환기"라고설명한 바 있다.

3. 최고의 액션신 '어벤져스'. 복잡한 뉴욕 시내에서 수십대의 차량들이 파도치듯 쓰러지는 액션신. 최강의 슈퍼히어로들이 모였지만 특히 헐크가 드라마틱하게 등장해 적을 제압하는 장면은 통쾌한 기분과 함께 큰 웃음도 선사했다. "늘 화가 나있다는 게 비밀이다"라는 말은 영화 속 헐크의 명대사이기도 하다.

4. 최고의 러브신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이 CD 플레이어 이어폰을 나눠끼고 음악을 듣는 장면. 이 순간 극장 안에 퍼져나온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관객들에게 전율을 일으켰다. 파격 코믹한 러브신으로는 공효진의 경악스러운 가짜 겨털(겨드랑이 털)이 깜짝 등장한 '러브픽션'을 꼽을 수 있다.

5. 소름끼친 공포신: '화차'에서 용산역 에스컬레이터 신의 김민희 표정과 함께 관객들을 후덜덜하게 만든 펜션신. 치밀한 계획 하에 남의 인생을 훔치려고 했던 선영(김민희)이 진짜 선영을 펜션으로 유인한 후 살인하는 장면. 피범벅이 된 채 스스로 각성하기 위해 따귀를 때리면서 살인을 저지르는 김민희의 모습은 어떤 공포영화 속 여주인공보다 무서웠다.

명대사

6. '범죄와의 전쟁' 하정우 "살아있네~" :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보스 최형태(하정우)가 다방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지며 하는 말. 이후 최익현도 이 말을 쓰며 영화의 반복되는 대사 중 하나가 됐다. '끝내준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반기 극장가 최고 유행어가 되기충분하다.

7. '건축학개론' 한가인 "그 X년이 나야?": 서연(한가인)이 자신의 첫사랑을 '썅년'이라 표현했던 승민(엄태웅)에게 하는 말. 영화 속 가장 강렬했던 대사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용주 감독은 "가장 친한 친구한테 장난스레 자주 쓰는 말"이라며 "영화 속에서 서연에 대해 표현할 때 어떻게 해야 크게 와닿을까 생각하며 고민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나쁜 년'이라고 하기엔 약해 쓴 표현이라고.

8. '건축학개론' 조정석 "어뜩하지 너?" : 영화 속 납뜩이(조정석)는 스타일의 스자도 모르는 승민에게 헤어 무스 사용법을 알려주며 "어뜩하지 너?"라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이 대사는 단지 이 장면 뿐 아니라 영화 내내 승민을 바라보는 납뜩이와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이 외에도 납뜩이는 "그럼 뭐할까? 아구창이라도 날릴까?" 등의 어록을 남겼다.

9. '은교' 박해일 "너희의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상이 아닌듯, 나의 늙음도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 박범신 작가의 동명 원작 속에 있는 이적요 시인의 대사이기도 한 이 말은 보는 소녀를 사랑하는 70대 노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돼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적요 시인이 은교를 사랑하게 되면서 겪는 고뇌와 슬픔이 함축돼 있다고 할수 있다.

10.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 "싸면서 시집 읽는 것보다 싸면서 마시는 게 덜 이상해" : 정인(임수정)과 두현(이선균)의 화장실 장면. 남편 두현이 "싸는 중이잖아.."라고 말하자 아내 정인은 "싸면서 시집 읽는 것보다 싸면서 마시는 게 덜 이상해"라고 톡 쏜다. 임수정의 논리적이지만 피곤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웃음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전 그냥 한 마리 수컷에 불과해요. 맘에 드는 암컷 보면, 물불 안 가립니다" "본인이 예쁘단 거, 알고 있어요?", "세상엔 두 종류의 여자가 있지 우연을 믿는 여자와 믿지 않는 척 하는 여자", "물이 무서워요" 등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의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많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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