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지현 명지전문대 행정과 2년

2012년 대한민국에도 인도의 카스트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계급제도가 존재한다. 바로 학력차별이다. 현재 22만명이 전문대에 재학 중이고, 이미 졸업한 전문대 출신은 450만명에 달한다. 총 141개 전문대학이 전체 대학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2%에 달한다. 하지만 학생 1인당 국고지원은 일반대학의 절반에 불과하고, 2009년 전문대 졸업생 초임 급여(월 144만원)는 일반대학 졸업생 급여(200만원)에 비해 56만원이나 적다. 그나마도 기회가 주어졌을 때 가능한 일이다.

요즘 여름방학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구하거나, 2학기 취업을 앞둔 전문대학 재학생들은 채용 시 진입 장벽과 임금 차별로 다시금 심각한 심리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아르바이트 지원서나 취업 원서에는 언제나 '2년제 대학'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최근에 지원했던 20여곳이 모두 같은 꼬리표로 전문대학 졸업생을 차별했다.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자율화가 이뤄지고 전문대학교 명칭 사용이 보편화됐지만 '전문대=2년제'라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는 증거다. 게다가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일반대와 마찬가지로 전문대에서도 '학사학위 취득'이 가능하지만 이를 지원서에 반영한 공공기관이나 기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곧 학력이라는 주홍글씨로 평생 남는다. 현재 전문대 학생들은 일반대학과 특성화 고교 사이에 '낀 세대'라고 자조하곤 한다. '취업률=지원율' 등식이 성립하면서 4년제 일반대도 잇따라 실용학과를 개설하고, 정부의 '선취업 후진학' 정책에 따라 특성화고·마이스터고를 통한 고졸 취업이 장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문대학의 인재 목표가 단순한 '기능인'에서 '전문직업기술인'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대학의 학제와 수업의 깊이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전문대가 2년제로 충분했을지 몰라도 산업기술이 발전하면서 2년 교육으로 충분치 않은 학과가 대거 생겨나고 있다. 산업체가 요구하는 전문직업인의 수준은 4년제 졸업자 수준으로 높아졌고, 전문대학이 그런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정부 역시 'WCC사업(세계 수준의 전문대학육성사업)' 등을 통해 전문대의 육성을 꾀하고 있다. 부디 이런 변화에 발맞춰 전문대학을 보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이 땅에 '학력 카스트'가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