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저희(부모)가 잘못한 겁니다. 우리한테 벌을 주시고, 제발 아이는 살려주세요."
아버지는 '끅, 끅'하고 울음을 억지로 삼켰다. 이어 "우리 성민이가 야구만 다시 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어떤 벌이라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절규했다. 이렇게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은 이는 올해 초 아마추어 야구계를 한동안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볼티모어 스카우트 파문'의 장본인 대구 상원고 3학년생 김성민(18)의 아버지 김충렬씨(46)다. 도대체 볼티모어와 김성민의 부모, 그리고 김성민 사이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김충렬 씨는 왜 그토록 간절한 애원을 해야 했을까.
▶'제2의 류현진'을 꿈꾸던 소년, 성급함과 무책임 사이에서 길을 잃다
김성민은 상원고 2학년 시절인 지난해 이미 팀의 에이스로 아마야구에서 두각을 나타낸 왼손투수다. 그해 8월에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는 팀에 우승을 안기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김성민은 MVP를 탄 직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화 류현진 선배처럼 꾸준히 활약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현장에 있던 한 프로구단 스카우트는 "아직 2학년이니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대로만 가면 (3학년이 되는) 내년 드래프트에서는 상위권에서 지명될 확률이 크다"고 평가했다. 17세 야구소년의 미래는 온통 푸르기만 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금 소년의 미래에는 먹구름만 보인다. 지난 1월 31일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게 시발점이었다. 김충렬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지난 1월에 볼티모어 측에서 계약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애초에 국내 프로팀에 보낼 계획이었고, 또 성민이가 올해 8월에 있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우승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연락이 와서 결국 설득을 당하고 말았다."
볼티모어는 "혹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김씨에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빨리 계약해야 스프링캠프에도 갈 수 있고, 영어도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재촉했다. 결국 1월 하순, 유명 에이전트 레이 포인트빈트가 직접 대구로 와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금 50만 달러에 연봉 7만500달러. 아들이 더 큰 무대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부모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티모어 측의 말은 모두 무책임한 거짓이었다. 대한야구협회의 지도자 및 선수 규정에는 '협회에 등록된 학생 선수 중 졸업학년 선수만이 국내·외 프로구단과 접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이것부터 어긴 것이다. 게다가 볼티모어는 김성민과 계약하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선수신분조회도 요청하지 않았다. 명백한 불법행위였다. 물론 자세한 규정을 알아보지 않은 부모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대한야구협회와 KBO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정식으로 항의했고, 김성민의 계약은 무효가 됐다. 볼티모어 구단이 KBO에 정식으로 사과를 했지만, 대한야구협회는 볼티모어 스카우트의 국내 아마대회 출입을 금지하는 한편 김성민에 대해 '무기한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꿈이 꺾인 18세 소년의 상처, 어떻게 보듬어야 하나
볼티모어의 유력 일간지 '볼티모어 선' 인터넷판은 13일(한국시각) "한국야구와 메이저리그 사이에서 논쟁을 촉발했던 한국인 10대 왼손투수 김성민이 결국 볼티모어와 계약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곧 김성민과 볼티모어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진 동시에 김성민의 야구인생도 허공에 떠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성철 씨는 "이미 지난 2월에 징계가 결정된 이후 볼티모어는 성민이를 포기했다. 우리에게는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그후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지난달 테스트도 형식적인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볼티모어에 외면당한 김성민은 이제 국내에서 뛸 수도 없는 신세다. 대한야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교 대회는 물론 대학 진학의 길도 막혔다. 프로팀 입단이 불가능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KBO와 대한야구협회의 협정서 제3조 1항에는 "대한야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 해제일로부터 1년간 프로구단에 입단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징계가 풀리는 것도 쉽지 않지만, 징계 해제 이후 1년이 지나야 프로팀에 입단할 수 있다는 것은 고3 김성민에게는 사실상 야구 인생이 끝났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부모의 성급함과 볼티모어의 무책임한 욕심이 채 피어나지도 않은 한 어린 선수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셈이다.
김충렬 씨는 "요즘에는 아내와 함께 성민이가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우는 게 일상이다. 그때 왜 조금 더 신중하게 주위에 조언을 구하지 않았을까 늘 후회한다"고 말했다. 김성민은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전과 다름없이 학교에 나온다. 수업도 열심히 듣고, 운동도 한다. 하지만 평생의 꿈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사춘기 소년의 실망이 얼마나 클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대구 상원고 야구부 박영진 감독은 "감독으로서도 정말 안타깝지만, 한국 야구에도 큰 손실이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얼마나 불쌍하고 속상한 지 모르겠다. 혹시나 성민이가 나쁜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마저 든다. 그래서 일부러 운동을 시키고 있다. 경기에는 못 나가더라도 운동에 몰두하면 다른 생각은 안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성철 씨는 "성민이를 살리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면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데 너무 힘이 든다. 얼마전에 성민이가 '아빠, 저 어떻게 되는 거에요?'라고 묻기에 '일이 잘 안풀리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럼 이제 야구 못하는 거네'라며 펑펑 울더라. 그걸 보는 부모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회와 안타까움, 미안함이 짙게 깔린 아버지의 한숨소리는 낮고 무겁기만 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이상민 고백 "백지영, 죽을때까지 잊지못해"
▲ 레이디가가, 뇌진탕 후 망가진 얼굴 '충격'
▲ 민효린, 마른 줄 알았더니…의외의 볼륨감 '깜짝'
▲ '덩치돌' 수지, 옆사람 굴욕 주는 '민폐 몸매' 압도적
▲ AS 유이, 다시 드러낸 꿀벅지 '섹시미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