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A(16)군 가족은 지난 2010년 겨울의 악몽을 잊지 못한다. 지적(知的)장애가 있는 A군은 중학교 2학년인 당시 같은 반 학생 2명으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이들은 "왜 우리를 쳐다보며 비실비실 웃느냐"며 A군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고, 다리를 걸어 화단에 넘어뜨리고 발로 차기도 했다. A군은 타박상·뇌진탕 증세로 두 달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학교가 가해 학생들에게 내린 처벌은 교내 봉사 3일과 A군의 도우미가 되라는 것뿐이었다. 담임교사는 A군에게 "특수학교로 전학 가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기도 했다. A군 어머니는 "아이는 가해 학생들 얼굴만 봐도 벌벌 떠는데 게네들한테 도움을 받으라는 것도, 장애 학생에게 전학을 가라는 것도 억울했다"고 말했다.
◇폭력 위험에 노출된 장애 학생
전국 8만2600여명의 장애 학생들이 학교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1년 전국 초·중·고 학생 9297명을 조사한 결과, 12% 학생이 "장애 학생을 놀리거나 따돌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장애 학생들은 괴롭힘을 당해도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교사나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피해 상황이 훨씬 심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6명은 지적장애 2급인 같은 반 여학생 B양을 상습적으로 괴롭히다가 적발됐다. 이 학생들은 B양의 옆구리를 때리고 지우개에 치약을 묻혀 B양에게 던지며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달 초 경기도 군포의 한 중학교에서는 한 남학생이 "왜 남의 책상에 침을 흘리느냐"며 지적장애 여학생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이렇게 학교에서 장애 학생이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통합 교육(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함께 교육을 받는 것)은 크게 확대된 반면, 장애 학생을 돌보고 가르치는 시스템은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가 장애인 통합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한 1994년 이래 일반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 비율은 57%에서 지난해 70.1%로 늘었다. 그러나 2011년 기준 일반 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 숫자는 법정 정원의 50%밖에 안 된다.
◇장애에 대한 교육 강화해야
장애 학생이 다른 학생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것이 폭력을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통합교육이 비장애 학생의 수업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미국, 북유럽 등에서는 인권의 차원에서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나 학생의 의식이 바뀌지 않아 장애 학생에 대한 폭력이 늘어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장애 학생에 대한 학교 폭력이나 괴롭힘에 대한 처벌도 가볍다. 2009~2010년 장애 학생에게 성행위를 강요하거나 성추행한 가해자의 40%만이 전학, 퇴학 등 중징계를 받았다. 반면 비장애 학생을 성추행한 가해자의 64%가 중징계 처벌을 받았다.
권택환 교육과학기술부 특수교육과장은 "장애 학생에 대한 폭력 행위는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재활복지대학교 김주영 교수는 "단순히 '장애인이니까 이해해야 하고 때리면 안 된다'라고 하는 일회성 교육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장애를 갖게 된 이유, 장애 학생의 입장에서 학교 폭력을 당했을 때 괴로움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기적인 시간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 2012.06.09. 03:29업데이트 2012.06.0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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