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통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때를 위해 사회를 고치는 의사들이 돼야죠."

서울대 의과대학이 '통일의학센터'를 열었다. 의대 교수들과, 지금은 한국에 정착한 의사 출신 탈북자 3명 등 19명이 통일을 대비해 남북한 의료서비스의 거리를 좁히겠다며 만들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통일 후 의료대책을 세우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는 오는 11일 서울 종로구 의과대학 본관 2층에서 통일의학센터 개소식을 갖고 연구활동을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통일의학센터 소장은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이왕재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는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식량난에 허덕이는 국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3대 질병(결핵·간염·위장병)뿐 아니라 한국으로 넘어오는 북한 사람들이 가장 노출되기 쉬운 질병들을 연구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며 "통일이 급격히 이뤄졌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위기관리를 해놓자는 차원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만난 이왕재 통일의학센터 소장은 “남북한의 의학 수준, 의료 제도, 의료 문화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남북한 보건의료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통일 이후를 대비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시작은 '교육'이다. 서울대는 북한에서 온 의사 출신 탈북자들이 국내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돕는 한편, 이들과 함께 남북한 의학용어사전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북한에선 방사선과를 '뢴트겐과'로, 임상병리사는 '실험의사'라 부른다"며 "우리 의학용어가 영어에 치중돼 있듯, 북한 의학용어는 순 우리말 또는 러시아어가 많아 통일 후 의사와 환자 간 정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 용어 통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현재 서울대 의대에서 공부하는 의사 출신 탈북자는 6명(학사 3명, 석·박사 3명)이다. 전국 의대에는 50여명 있다. 북한에서 의사면허를 딴 탈북자에 대해서는 의대 본과 학력을 인정해 주고 있다.

남북한 통일의학 포럼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남북 보건의료 인력을 단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서울대와 평양대 의대 간 학술교류를 추진하려 한다"며 "우선 중국 등 제3국에서 만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 했다.

이 교수는 통일 전 활발한 교류로 의료 체계를 잘 잡은 국가로 독일을 꼽았다. 독일은 통일 후 서독 의료제도를 중심으로 체계를 잡아나가 통일 2년 만에 의료체계 통합을 완료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1년 만에 1만명의 동독 출신 의사들이 서독 지역으로 이주했다. 새로운 의학지식·의료기기·의료보험 등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통일 전부터 서베를린의 학회나 스터디 등에 동독 의사들을 꾸준히 참여시키면서 거리를 좁혀둔 것이 도움이 됐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은 "한국에 정착한 탈북 의사들과 협력해 통일 후 남북한 의료 체계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