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두원 기자] 작은 축구공 하나로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거렸던 2002한일월드컵. 당시 ‘무적함대’ 스페인과 8강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선 홍명보 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페널티킥을 침착히 성공시키며 한국은 사상 최초로 4강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렇다면 당시 한국의 4강행을 결정지었던 그 공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축구잡지 베스트일레븐의 사업본부장이자 축구 수집가로 유명한 이재형(51)씨가 그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를 ‘22억 원짜리 축구공(미래를 소유한 사람들)’이란 제목의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난 2002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행을 결정지었던 ‘홍명보의 4강 볼’ 뿐만 아니라 16강전에서 터진 ‘안정환의 골든볼’ 등을 멀리 이집트와 이탈리아까지 건너가 찾아온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주고 있다.
실제,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 주심을 맡았던 이집트인 가말 알 간두르가 대회가 끝난 후 그 공을 갖고 출국해 집안의 가보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러 수소문 끝에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저자는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 공을 기증해줄 것을 부탁했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이에 무작정 이집트로 날아가 간두르 심판을 만난 저자는 여러 차례의 설득 끝에 2002월드컵 4강 볼을 한국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한국 축구 최고의 보물 중 하나가 다시 한국땅에 다시 돌아온 순간이었다.
물론, 그 뿐이 아니다. 이 책에는 지난 30여 년간 20여 억 원의 사재를 털어 총 4만 3000여점에 이르는 각종 축구 유물, 자료, 사료 등을 수집한 배경과 과정, 그리고 저자의 열정이 함께 녹아 있다. 이 모든 것이 한국 축구는 물론 현대 축구의 살아 있는 흔적이라는 점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방대한 이야기는 축구팬은 물론, 축구에 관심이 없는 독자들이라도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한국 축구를 위한 의미 있는 책을 펴낸 저자는 “지나간 것들을 너무 쉽게 잊고, 부수고, 무시하는 지금의 우리가 안타깝다. 아무리 사소하고 흔한 것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되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수집의 묘미다. 희귀한 축구 자료가 있다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고, 지구 반대편이라도 쫓아가 기어이 수중이 넣었다”라고 무한한 축구 사랑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