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붉은여우 암컷이 지난 3월 인공번식으로 태어난 다섯 마리의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서울대공원이 멸종위기종인 붉은여우 5마리를 인공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중 2마리가 태어난 지 한 달여 만에 다른 여우에게 물려 죽어 3마리만 남았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비슷한 시기 자연번식한 5마리를 합치면 붉은여우가 8마리 늘었다. 붉은여우는 한반도에 사는 유일한 여우로, 구미호(九尾狐) 설화에 나오는 바로 그 종이며 성체는 길이 30~60㎝에 몸무게는 5~10㎏ 정도다.

이번 인공번식은 흔히 쓰는 인공수정이 아니라 호르몬을 투여, 자연 교미를 통해 임신하도록 한 경우라 의미가 깊다는 게 대공원 측 설명이다.

25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대공원에 사는 붉은여우 10마리(수컷 4마리·암컷 6마리) 중 암컷 2마리가 각각 임신에 성공, 지난 3월 새끼 5마리씩을 낳았다. 이 중 1마리는 자연임신이었고, 1마리는 인공번식이었다.

붉은여우는 과거 한반도 전 지역에 살았으나 1960년대 쥐잡기 운동 여파로 쥐약을 먹고 죽거나, 가죽을 노린 밀렵꾼들 등쌀에 2004년 3월 강원도 양구군에서 발견된 수컷 1마리를 끝으로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종(種) 복원을 위해 중국에서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토종임을 확인하고 들여온 붉은여우 17마리가 서울대공원, 국립공원 종복원센터, 경북영양군 등 3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이번 번식으로 국내 붉은여우 개체 수는 25마리가 됐다.

여우는 서열이 가장 높은 대장 암컷만이 새끼를 밸 수 있다. 대장이 나머지 암컷의 임신을 통제하기 때문에 서열 암컷은 '헬퍼(Helper)'로서 우선 대장의 분만과 새끼 양육을 돕는 '산후 조리사' 역할을 한다. 이번에 인공번식에 성공한 여우가 바로 이 '헬퍼'였다고 서울대공원 측은 밝혔다. 대장 출산을 돕고 나서 사육사들 도움으로 기회를 얻어 2세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