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기자] 그야말로 극강의 콤비 탄생이다. 그동안 두 사람이 함께 해 온 오랜 시간이 모두 다 이 영화를 위해서 였던 것처럼 보일 정도다.
16일 오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영화 '다른 나라에서'는 홍상수 감독과 배우 유준상이라는 조합이 얼마만큼의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줬다.
'다른 나라에서'는 세 명의 안느(이자벨 위페르 분)가 모항이라는 해변 마을에 휴가를 오면서 사람들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어머니(윤여정 분)와 함께 집에 쫓겨 내려온 영화과 학생(정유미 분)의 시나리오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모항을 찾은 세 명의 안느는 어떤 때는 잘 나가는 감독이고 어떤 때는 한국 남자를 비밀리에 만나는 유부녀이며 또 어떤 때는 한국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긴 이혼녀다.
이 세 명의 안느는 모항 갯벌 앞에 위치한 펜션에 묵으면서 펜션 주인집 딸, 해변을 서성이는 안전요원, 그리고 휴가를 온 한국인 영화 감독과 그의 만삭 아내 등을 만나게 된다.
홍상수 감독의 팬이라면 잘 알겠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홍상수 감독 특유의 엉뚱함이 곳곳에 묻어나있다. 예상치 못한 대사와 상황들이 영화 도처에서 튀어나오며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면 첫 번째 안느 이야기에서 해상안전요원 유한(유준상 분)은 처음 본 안느에게 사랑한다며 자신의 자작곡을 들려준다. 안느를 위한 노래라며 유한은 "This is a song for you(당신을 위한 노래다)"를 연신 외친다. 그리고선 기타를 든 채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이러한 유한의 무대포 행동은 그칠 줄 모른다. 다소 엉뚱할 수 있는 이 상황은 관객들이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홍상수 감독의 엉뚱함은 유준상이라는 배우를 만나면서 정점을 찍은 모양새다. 극중 유준상은 해맑고 단순한, 그야말로 순수한 영혼의 남자다. 그의 '무대포적인' 행동이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홍상수 감독의 엉뚱함과 유준상의 연기가 이를 '맛깔나게' 바꿔 놓았다. 즉, 밉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하하하', '북촌방향' 등을 통해 유준상은 홍상수 감독과의 호흡을 맞춰왔지만 이번 '다른 나라에서'를 통해 '유준상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듯 싶다.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해 나갈 호흡에 더욱 더 기대가 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