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신입생들이 ‘워룸’에서 전공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수시 합격자 20명 전원 과학고·과학영재학교 출신,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균 1.2등급, 해킹대회 우승자, 프로게이머, 대통령 장학생…. 2012학년도에 신설된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신입생 30명의 이력은 화려하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는 △4년간 등록금 전액과 학업 지원금 지급 △졸업 후 사이버 국방 분야 장교 임관 △전역 후 벤처 창업 시 국가 지원 등 파격적 혜택으로 설립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사이버 보안 장교 양성을 목표로 국방부와 공동 개설한 특수 학과인 만큼 학생의 신상 자료와 구체적 교육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질 정도로 보안이 엄격한 것 역시 특징 중 하나다.

사이버국방학과의 졸업 이수 학점은 145학점으로 일반 학과(130~140학점)에 비해 많은 편이다. 정보보호학(22개)·전산학(22개)·교양(10개)·군사학(8개) 등 총 62개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학과의 특성 상 1학년 1학기에도 전문 강의가 진행된다. 실제로 국가 간 사이버 전쟁의 양상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2009년과 2011년 잇따른 디도스(DDos) 공격, 북한의 반경 수백㎞ 내의 모든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전자기파(EMP) 폭탄 등이 대표적 예. 더욱이 대부분의 사이버 공격은 물리적 공격과 맞물려 있어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전기물리학·전자기학·사이버심리학·사이버수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2012년 5월 현재 신입생 30명 중 28명은 교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과학영재학교 출신 C모씨는 "공부량이 엄청난 데다 공동 수행 과제도 많아 조금이라도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집이 서울인 동기도 대부분 기숙사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일반고 출신인 S모씨는 "입학하자마자 원서 교재로 전공 강의를 시작하기 때문에 수준이 만만찮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IT·수학·과학 등 동기들의 특기 분야가 달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요. 그래도 미진한 부분이 있을 땐 교수님께 특강 개설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이들에게도 일종의 '아지트'가 있다. 전시 전략 상황실을 고스란히 재현해놓은 '워룸(War Room·작전실)'이 바로 그것. 사이버국방학과·정보보호대학원 재학생에게만 출입이 허용돼 있어 신입생들은 이곳에서 스터디나 동기 모임 등을 진행한다.

보안 유지 원칙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종종 생긴다. S씨는 "고교 때 친구나 다른 학과에 다니는 동아리 친구들을 만날 때면 '거기선 무슨 공부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구체적 과목명이나 강의 내용은 비밀이어서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두루뭉술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C씨는 "가끔 '미팅이나 소개팅에 가서 이름이나 학과를 밝히면 안 되느냐'는 질문도 받는다"고 했다. "학과 이름이 딱딱해 선입견을 갖는 분이 많은데 일상 생활에선 저희도 여느 대학생과 다를 게 없어요. '과팅'(학과별로 진행하는 단체 미팅)도 하고 MT도 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