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커피 전문가 케네스 데이비즈는 인터뷰 자리에서 수마트라 린통 커피를 주문했다. “흙냄새와 포도 냄새가 나는 풍미가 깊은 커피”라 했다.

"한국은 '커피리뷰닷컴(www.coffeereview.com )'을 자주 찾는 방문국 순위에서 미국·영국·캐나다 등에 이어 7위에 올라 있어요. 직접 와 보니 길거리엔 대형 커피 전문점이, 골목골목마다 작은 카페가 들어서 있어서 한국인들이 커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 커피 전문가 케네스 데이비즈(Davids)는 7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아담한 카페에서 향이 깊고 진한 수마트라 린통 커피를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데이비즈가 1997년 만든 커피전문사이트 커피리뷰닷컴은 바리스타 등 커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경전'으로 통한다. 와인 전문가 로버트 파커가 '100점 만점에 몇점'이라는 식으로 와인을 평가한 '파커 포인트'가 와인을 감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듯 데이비즈가 만든 '켄 포인트'도 커피를 품평하는 권위 있는 잣대다. 스타벅스, 일리, 던킨도너츠를 비롯한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는 그에게 로스팅한 원두를 보내 점수를 받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할 정도다.

그는 7~10일 경희사이버대, 김은상 그린빈연구소 등이 주최한 강연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주요 강연 주제는 '무엇이 커피맛을 다르게 만드는가'다. 캘리포니아대 예술대학 종신 교수이기도 한 그는 197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커피 연구를 했다. 자신이 커피 애호가였을 뿐 아니라 미개척 분야였기 때문이다. 커피와 관련한 세계 각국 도서를 섭렵하고, 멕시코와 예멘 등 커피 농장을 견학하고, 수없이 많은 커피를 시음했다.

"커피는 와인보다 더 까다로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은 '몇 년도에 생산한 어느 지방 와인이 명품'이라는 공식이 있지만, 커피는 1년 이상 보관할 수 없어 빈티지 제품이 없어요. 게다가 커피콩을 어떻게 추출하느냐, 어떤 식으로 볶고 증류하느냐에 따라 맛과 풍미가 계속 변화하고 재탄생하기도 하는 게 바로 커피입니다."

때문에 누군가가 커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책을 저술하고, 커피 전문 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커피농장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수확한 양질의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 대중화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그는 "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 체인이 커피 산업을 독점하고 각 나라의 고유한 커피 문화를 해친다"는 '안티 스타벅스' 정서엔 동의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의 대형 커피 체인 '화이트 커피'는 스타벅스처럼 대량 자본으로 커피 시장을 공략했어요. 하지만 화이트 커피는 매콤한 맛이 나는 독특한 현지식 커피를 공급합니다. 스타벅스의 본고장 미국에도 뜨거운 커피에 도넛을 곁들여 내는 미국 특유의 커피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 상업성이 강한 대형 체인과 각 나라의 전통적인 커피 전문점, 그 외 크고 작은 커피숍이 공존하고 경쟁하면서 커피 문화가 발전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