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구현 한류연구소장

솔직히 싫어하는 연예인 중 한 명이 차인표씨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꽃미남, 원어민 수준의 영어, 부잣집 아들, 미녀 여배우와 결혼 등 그는 다 가졌다. 필부들의 시기, 질투는 어쩌면 당연하다. 더구나 차씨가 봉사활동으로 언론에 자주 비치고 선거 때마다 영입대상 영순위에 오르는 걸 보면서, 입양 등 그의 '천사표 행보'는 차후 대망을 위한 것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됐다.

그러던 차에 지난 2월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그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최근 김태희씨는 독도 관련 행사 참여로 일본에서 광고가 취소되고, 퇴출 시위가 일어날 만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류스타인 그가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을 대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 수도 있다. 또한 지난 3월 그는 자비로 동료 연예인 49명과 함께 탈북자 인권콘서트를 열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미 의회 긴급청문회가 열리고, 세계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성공했다. 마침내 후진타오 주석이 탈북자 4명을 한국에 송환하는 데 동의해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이루어졌다. 물론 차씨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목숨 건 단식으로 불을 지폈던 박선영 의원, 18일간 단식 농성을 했던 탈북자 이애란 박사, 이 운동을 전 세계에 타전한 북한자유연합 수잔 솔티 대표 등 많은 노력이 세계와 중국을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한미 FTA 반대,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와 선거참여 독려 등 정치적인 의견을 적극 개진하거나 행동하는 연예인들을 흔히 '개념 연예인'이라 일컫는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런 개념 연예인들의 특징은 북한 주민의 인권에는 침묵하고, 중국에 반하는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차씨는 '무개념 연예인'이다. 정치적 현안에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 그가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해서는 "정치, 외교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라고 했다.

한류 1세대인 차씨는 "현지에서 돈만 벌고 떠나는 게 아니라 대중들에게 받은 사랑을 그대로 돌려준다면 한류가 오래갈 것"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한류를 연구해온 필자에게 가장 감명 깊은 '한류의 미래에 대한 정의'를 내린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시기·질투했던 바로 그 대한민국 대표 미남배우였다. 자, 이래도 그가 무개념 연예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