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발 한류열풍을 기대했던 '태왕사신기' 드라마 세트장이 결국 철거된다.

8일 제주시 구좌읍에 따르면 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 세트장 가설건축물에 대한 허가 기간이 지난달 26일로 만료됐으며 사업자인 ㈜청암영상테마파크도 최근 허가기간 연장을 자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 구좌읍은 사업자 측에 1개월 이내에 김녕리 일대 태왕사신기 드라마 세트장을 자진 철거할 것을 명령했다. 철거 대상 가설건축물은 궁궐과 저택, 성곽 등 총 33동으로 연면적 6534㎡ 규모다. 또 부대시설인 임시 사무실과 창고, 직원 식당 등도 철거 명령이 내려질 예정이다. 1개월 이내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며 이후에도 철거하지 않으면 대집행 등의 행정 조처가 내려진다.

그러나 제주시가 직접 철거 대집행에 나설 경우 10억원의 철거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에 앞서 지난 2월 개발사업시행승인을 얻고도 5년 이상 사업이 진척되지 않은 묘산봉관광지구 내 ㈜청암영상테마파크(대표 김종학·방찬호)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취소 처분했다. 청암영상테마파크는 지난 2006년 5월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묘산봉관광지 20만8000㎡에 587억원을 투자해 드라마 '태왕사신기' 세트장과 숙박용 콘도미니엄, 박물관, 영상단지 등을 갖춘 영상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사업승인을 받고 6월 착공했다.

당시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에 맞춰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주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업시행자의 친환경적인 개발 의지에 힘입어 첫 삽을 떴다고 홍보에 열을 올린 바 있다. 대규모 한류관광지 투자유치를 자랑하며 공유지를 시가보다 싸게 매각하는 등 행정과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업자 측은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 '태왕사신기' 세트장은 관광지로 운영했다.

하지만 사업자는 이듬해 1월 드라마세트장을 사업부지에 편입했지만, 드라마세트장 이외에는 아무런 개발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사업자는 생태계보전협력금과 산지복구비 등 지방세 2억7000여만원을 체납하고 무허가 건축물 방치, 지하수 기부채납 미이행 등으로 14차례에 걸쳐 행정절차 이행 독촉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공유지 매각 당시 사업자와 맺은 환매 특약에 따라 23억원가량인 부지를 환수 조치에 들어갔다.

세트장 건설에 참여한 19개 업체에 지급할 공사 대금과 용역비 등 미납액이 35억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참여 업체 관계자는 "김종학 대표가 개인적으로 지급보증서를 작성하는 등 공사비 지급을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