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의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대 대학시절에 사귀었던 백인 여성들의 신분이 노출됐다.
1995년 오바마가 펴낸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는 그의 젊은 시절 여자친구 얘기가 잠깐 등장한다. 컬럼비아대 시절 사귀었다는 '뉴욕 여자친구'이다. 흑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연극을 함께 보고 소감을 얘기하다 견해차로 서로 다퉜다는 일화도 소개됐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내가 사랑했던 뉴욕에서의 한 여성. 검은 머리, 파란색 눈을 가졌고, 낭랑한 목소리의 백인 여성이었다. 거의 1년 동안 만났고, 주말마다 나나 그녀의 아파트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적었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 여자친구의 신분은 전혀 노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 잡지 배니티 페어의 작가 데이비드 마라니스가 오바마의 대학시절 백인 연인을 추적했고, 결국 2명의 여성에 대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펴낸 ‘버락 오바마 : 스토리’에서 그 ‘백인 여자친구’의 실명을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학시절 사귄 여성은 알렉스 맥니어(McNear)와 즈네비브 쿡(Cook) 등 2명.
맥니어는 오바마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의 옥시덴틀 칼리지를 다닐 당시 사귀었던 첫사랑이고, 쿡은 오바마 대통령이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직후 동거하기도 했던 여자친구다.

작가 데이비드 마라니스는 이들 여성이 오바마와 주고받은 연서(戀書)와 일기장을 입수해 소개했고, 두 여자친구가 회상한 대학시절 '연인'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책에 담았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마라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책 속의 일은 일어났던 일화이기는 하지만 결코 (뉴욕 시절 사귀었던) 즈네비브와 사이에서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며 "그 얘기는 내가 백인 여자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빚어졌던 일들을 표현하는 데 유용한 사례로서 압축적으로 드러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즉, '뉴욕 여자친구'는 백인 여자친구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인종적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택한 일화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사귀었던 여인
옥시덴틀 칼리지 재학 당시 오바마와 맥니어 사이에 주고받은 연애편지들은 주로 철학과 문학 얘기로 가득 차 있다. 맥니어는 대학 문학지 편집장이었다.
맥니어는 "오바마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뒤집어도 생각해보면서 정말 골똘히 뜯어 고민하면서 모든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보았고, 결국 정확하고 명쾌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회상했다.
맥니어는 당시 20대 초반의 오바마는 인간의 자유의지 등 실존적 문제에 대한 대화를 즐겼고, 특히 백인 어머니와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에서 비롯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둘은 오바마가 1982년 컬럼비아로 옮긴 뒤에서 같이 뉴욕으로 와서 그해 여름을 같이 보냈고, 오바마는 당시 맥니어가 논문 주제로 쓰고 있는 시인 T.S. 엘리오트에 대해 "그의 시에는 부르주아적 자유주의보다는 약간의 보수주의가 있고, 나는 이 점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담은 아주 빼곡히 쓴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뉴욕에서 사귄 세 살 연상의 여인
이 책에 소개된 오바마와 쿡 사이의 연애는 보다 로맨틱하다. 당시 스워스모어 칼리지에 다니던 쿡의 당시 일기에는 "버락이 오늘 처음으로 침대 모서리에 앉았다"는 표현으로 가까웠던 둘 사이를 그린 내용이 나오고, 당시 젊은 오바마의 지적이고 총명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묘사한 내용도 등장한다.

오바마와 쿡의 모습.

하지만 쿡은 1984년 2월에 쓴 일기장에서 "분명히 우리 둘 사이에는 성적인 따듯함(sexual warmth)이 있었지만, 나머지 관계는 늘 날카로운 면이 있었고, 비록 오바마는 달콤한 말을 했지만, 동시에 그 말들에는 '차가움'이 있었고 기만적일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래서 쿡은 오바마를 사랑하면서도 일기장에 "어떻게 22세의 나이에 버락은 그렇게 늙을 수가 있을까"라고 섰다. 쿡은 연상이었다. 25세였다.

쿡이 한번은 오바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더니, 그의 대답은 “나도 당신을 사랑한다”가 아니었다. “고마워”였다. 마치, 남이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것이 고맙다는 뜻처럼 들렸다고, 쿡은 작가 마라니스에게 털어놨다.

쿡은 당시 오바마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는 청년이었고, “그 시기는 버락이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스스로 싸우던 때였다”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피부가 ‘하얗기’ 때문에, 자신이 흑인으로 행세하는 것이 ‘사기꾼’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고 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