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청 광장에 때아닌 장이 섰다. 2007년 구청 내 로비 공간이 문화센터로 바뀐 이후 없어졌던 농산물 직거래장터가 다시 문을 연 것이다. 23일부터 이틀간 열린 이날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는 합천 황토한우, 남해 마늘, 임실 치즈 등이 부스마다 시중 가격보다 10~20% 싸게 팔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때 100여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몰려 합천과 남해, 임실군 현지에서 인정받은 생산자 단체들이 가져온 물건을 사느라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부산진구에 사는 주부 김모(48)씨는 "경남 등 농촌지역에서 생산한 싱싱하고 품질 좋은 상품이 많고 가격도 싸 알뜰 구매에 제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 경남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거래장터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주요 현안마다 갈등을 빚어온 부산과 경남도가 상생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노력 중 작은 것부터 '의기투합'해 마련한 것이 직거래장터. 허남식 부산시장과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지난 1월 교환근무를 하면서 약속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날 부산진구청에 마련된 농산물직거래장터에는 부산진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경남의 합천과 남해를 비롯해 전북 임실군까지 포함됐다. 하계열 부산진구청장은 "경남도가 품질을 보장하는 우수한 농산물을 싼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구민과 경남의 해당 농가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구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명절, 김장철 등 분기별 1회 이상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주택이 몰려 있는 곳에 직거래장터를 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부산시청과 부산지방경찰청 사이 통로에 경남지역 농축산물 직거래장터가 열렸다. 부산시와 경남도에서 주최하고 농협중앙회 부산지역본부와 경남지역본부에서 주관한 이 장터에는 과일, 채소, 나물, 미역, 쇠고기 등 경남지역 생산 농축산물 및 가공품 등이 시중가보다 10~30% 싸게 팔렸다. 이 장터에는 경남지역 10개 시·군을 2개조로 나눠 조별 격주로 참여한다. 1조는 진주·통영·밀양·의령·산청 등이고, 2조는 창녕·남해·함양·김해·거창 등이다. 12월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열린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중문 매표소 입구에서도 지난 7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해질 때까지 경남에서 참여하는 농축산물 직거래장터가 12월까지 열린다. 지금까지 열린 직거래장터에서는 부산지역 농가 8곳만 참여해 왔지만 이번부터는 경남지역 12개 농가도 참여해 규모를 훨씬 키웠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지역 구·군에 각 400만원씩의 예산을 지원하고 지난 2월 말 공문을 보내 경남지역과 함께하는 직거래장터를 마련해 줄 것을 당부해 놓았다"면서 "구·군에서도 경남의 우수 농축산물을 판매하는 직거래장터는 1개소 이상 정례적으로 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각 구·군에서는 지역 내 각종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나 명절, 김장철 등을 전후해 자매결연 지역과의 직거래장터를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노력 때문에 경남 창녕군은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농산물 직거래장터인 '창녕우포시장'을 열어 지하 200m 암반수로 재배된 화왕산미나리와 길곡의 땅 두릅, 옥천계곡의 청정 표고버섯 등 신선한 채소와 양파국수, 양파즙 등 지역 25곳 업체 78개 품목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는 별도로 ㈜도시철도개발공사는 도시철도 미남역 상가에 '경남 특산물 판매장'을 2년간 운영하기로 하고 지난달 23일부터 경남 특산물 판매장 운영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