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인턴기자] 지난 1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은교’의 노출 수위가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김고은 노출’, ‘은교 정사신’ 등 자극적인 검색어가 등장했고, 이는 공개 전부터 관심이 쏠렸던 영화 ‘은교’의 강도 높은 노출 수위를 짐작케 하며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러한 수위 논란이 영화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 수위가 ‘음모 노출’, 성기 노출’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들로 표현되며 노출 그 자체에 집중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 실제로 영화는 배우들의 전라 노출을 여과 없이 보여주지만 영화 ‘은교’에서 노출은 ‘보여주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문제가 되는 노출신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노시인 이적요(박해일)가 나체로 거울 앞에 서는 장면과, 극중 은교(김고은)가 젊은 시절의 이적요와 그의 제자 서지우(김무열)과 각각 나누는 정사신이 그것.
이적요는 ‘국민시인’이라 칭송 받는 문학가로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중 불현듯 나타난 소녀 은교에게 매료되면서 잠들어 있던 자신의 욕망에 흔들리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 노시인 이적요가 나체로 거울 앞에 서서 무력하게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그의 성기가 살짝 노출됐고,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냐는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이 장면은 이 자체로 영화의 주제를 포괄한다. 10대 소녀에게 욕정을 느끼지만 현실에서는 육체적으로 쇠한 70대 노인일 뿐인 이적요의 무력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때문.
뿐만 아니라 이 장면은 후에 서지우와 격정적인 정사를 나누는 은교를 몰래 훔쳐보며 분노에 휩싸이는 이적요의 감정 연기에 더욱 임팩트를 실어 주기도 한다. 성기능이 상실됐다고 생각되는 노년에도 욕망은 여전히 인간을 지배하며 이성의 끈은 그 욕정을 억누른다. 나이 듦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영화에서 여배우의 육체와 남배우의 성기 노출이 단순한 화제몰이를 위한 장치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이유다.
‘은교’는 노출 이외에도 영화적 매력으로 가득찬 영화다. 아무래도 방대한 양의 소설을 영화로 옮기다 보니 대사가 함축적이고 시적이다. 시적인 대사는 영화 ‘해피엔드’와 ‘모던보이’ 등에서 섬세한 감정표현과 유려한 영상미를 선보인 정지우 감독의 연출력과 어우러져 원작소설과는 다른 영화 ‘은교’만의 매력을 드러낸다. 박해일은 "카메라 앞에 서있으면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배경이 시 구절처럼 영상미가 느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교’는 절대 노출만이 남는 영화가 아니다. 전라 노출연기를 소화한 여배우 김고은이 “영화를 보면 노출 장면이 스토리 흐름에서 사건의 고리역할을 할 거라는 걸 알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고 밝힌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출은 이 영화에서 욕망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고, 영화는 꽤 영리하게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들며 관객들과 심리전을 펼친다.
한편 '은교'는 오는 26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