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1호 대피시설에 쌓인 구호물품과 식량

17일 오후 수색헬기장에서 헬기로 50분 날아간 연평도는 2년 전 포격의 상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오히려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연평도에서 가장 크다는 200평 규모(500명 수용가능)의 제1호 대피소에 들어가니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산비탈을 깎아 만들어 지하 8~10m 정도의 깊이라 실내온도가 낮을 수 있지만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히터 등 냉난방 시설을 틀 수 있다고 옹진군 관계자가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사시에도 전력과 수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주민들이 대피해 생활하기에 큰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피소 문을 열고 5m 가량 따라 들어가면 또 다른 입구가 나온다. 입구 바로 옆에는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에서 몇 발자국 더 가면 취사실이 있다. 취사실에는 선반이나 냉장고, 물통은 있었지만 취사도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취사실 맞은편에는 침대 2개가 비치된 비상진료실이 있다. 평상시에는 의료진들이 없지만, 유사시 옹진보건소에 있는 의료진들이 와서 주민들을 진료한다. 옹진보건소에는 공중보건의 4명, 간호사2명, 행정직원 1명 등 총 7명이 근무한다.

벽 한 쪽에는 담요가 들어있는 구호물품과 전투식량이 가득 쌓여 있었다.

주민대피시설을 둘러본 이모씨(60·여)는 "이전 대피소에 비하면 여긴 호텔이다. 이 정도면 잘 해놨다고 봐야지"라고 감탄했다. 이씨의 여동생(57) 역시 "이전에 대피소는 창고였는데 정말 좋아졌다. 잠깐 있을 곳이라도 이정도면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김모씨(71)는 "잘 지어놨다고 해도 (방사포를) 쐈을 때 견뎌야 진짜 좋게 지은거지"라고 걱정 섞인 말을 하자, 주민들도 "진짜 쏴봐야 아는 거다. 실제 상황이 닥쳐봐야 대피시설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평상시 대피소는 주민들이 마을회관, 체력단련실, 회의장, 독서실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용할 할 계획이다. 조윤길 옹진군수는 "대피소가 평소에는 주민친목도모장소로 이용할 것"이라며 "오는 5월8일 마을잔치도 여기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피소에서 연평면사무소를 지나 10분 정도 걸어간 곳에서 연평도 안보교육장 건립 착공식을 가졌다. 이 곳은 폭격 당시 생생한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 앞으로 국민안보교육장으로 사용한다.

교육장은 보존구역과 교육관으로 나눠 건축되며 오는 11월23일 포격도발 2주년에 개관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번 연평도에 왔을 때는 주민들에게 좌절의 표정을 봤다면 오늘은 희망과 결의에 찬 표정을 보았다"며 "최선을 다해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