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부의 혁신, 임직원의 창의성 향상,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문화예술은 과연 수많은 기업이 갈증을 느끼는 이 부분에 대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30일 그 가능성을 엿보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이 공동 주관한 '문화예술을 통한 기업 창의 학습과 사회 공헌 워크숍'이 바로 그것.

이날 축사에 나선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장은 "기업 경영과 문화예술이란 전혀 다른 것들을 섞어놓으니까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났다"며 "문화예술을 통해 기업에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 공헌을 했을 때, 회사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발표자로 나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수환 교수와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허인정 이사장은 지난 1년간 추진해온 '문화예술과 기업의 니즈(needs)를 접목한 사례'를 공유했다.

◇문화예술과 기업 경영이 만나니, 시너지 효과 커

아트 포 너싱(Art for Nursing)은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이 함께 뮤지컬 '장밋빛 인생'을 만든 프로젝트다. 병원의 핵심인력인 간호사들은 과도한 업무와 감정노동으로 소진돼 이직률이 높고 업무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전수환 교수는 "간호사와 같은 전문직 서비스업은 고도의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어서, 이들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며 "참여형 뮤지컬 만들기를 진행했는데, 간호사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10개 병동에서 근무하는 현직 간호사 10명은 스토리텔링과 즉흥극 만들기, 연기훈련을 거쳐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뮤지컬 작품에 출연했다. 전 교수는 "자신들의 삶을 담은 이야기를 하면서 간호사들이 펑펑 울었다"며 "뮤지컬을 만드는 전 과정에서 얻은 성취감, 자아성찰, 간호사로서 열정과 소명의식을 되찾는 기회였다는 평이 많았다"고 했다.

아트포럼 N은 게임업체 넥슨NXC의 사내 문화 복지 프로그램이다. 넥슨NXC의 김정주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학생이다. 그의 조건은 딱 한 가지였다. '성과와 연결되는 사업을 하지 말 것'. 회사 자체가 너무 창의적이니, '쉼'을 모토로 프로그램을 할 것을 주문했다. "김 대표에게 물었어요. '수업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느냐'고. 그랬더니 '수업을 들으면서 때로 이렇게 돈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기가 막힌다. 그런데 다음 날 일어나면 머리가 맑아진다. 직원들에게 또 다른 업무를 더해주고 싶지 않고, 학교에 와보니 좋았다는 그 느낌을 주고 싶다'고 했어요."(전수환 교수) 결국 박정범 영화감독과 함께 다큐멘터리 제작을, 이장희 일러스트 작가와 함께 스케치 포럼을 진행했다. 전 교수는 "게임과 예술의 창작 과정이 비슷하다 보니, 다큐를 찍기 위해 일상을 면밀히 지켜보는 그 과정에 참여한 직원들이 매우 재미있어했다"고 말했다.

(좌) 허인정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이사장. (우) 전수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문화예술과 사회 공헌이 만나니, 다양한 상승작용

외환은행나눔재단 '꿈에햇살 예술공방'은 결혼이주·미혼모 여성을 대상으로 한지공예와 규방공예 등 공예품 제작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꾀하고, 나아가 전문기술을 익혀 직업으로까지 연결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던 이들은 작품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거나,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들이 모여 좋은 창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허인정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이사장은 "외환은행이라는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다문화 여성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자존감이 떨어진 이들이 작품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높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이들이 제작한 물건을 인사동 쌈지길에서 전시, 판매했는데 상당히 많은 외국인이 취지에 공감하며 사갔다"고 말했다. 규방공예 제품은 현장에서 모두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 판매금 전액은 참가자에게 지원,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

'북경 토토의 작업실'은 CJ CGV가 중국 내 재외동포나 저소득 가정의 청소년들에게 5일 동안 영화제작, 상영을 교육하는 미디어 프로그램이다. 카메라 작동법, 단편영화 감상, 팀별 스토리 만들기, 촬영계획 수립, 영상 촬영, 포스터 제작 등의 커리큘럼을 통해 직접 영화 상영회까지 마쳤다. 영화감독 곽재용, 영화배우 정일우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해 이들이 직접 상영회에 참석했다. 허인정 이사장은 "중국은 한창 경제성장기에 있기 때문에 빠른 속도와 암기를 강조하는 교육이 대부분인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의견을 내고 참여하는 게 특이한 경험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국내외 언론 80개에서 보도되는 등 특히 중국 현지에서 관심이 높아 자연스럽게 CJ CGV 브랜드가 많이 노출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30일 열린‘문화예술을 통한 기업 창의 학습과 사회 공헌 워크숍’에는 기업 사회 공헌 및 문화예술 관계자, NGO 담당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KT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와 함께 전국 20개의 KT꿈품센터에 음악, 미술, 무용, 연극, 영상 등 5개 장르 전문 예술강사를 파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문화예술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아이 드림(I-Dream)'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두산은 사진을 매개로 청소년들이 역사와 지역사회, 환경을 돌아보게 하는 워크숍 교육 프로그램(가칭 '꿈꾸는 카메라')을 진행한다. 허 이사장은 "모든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데도 청소년들이 자신의 현재 어려움만을 너무 극대화하는 경향이 있어, 시간을 길게 보도록 하고, 공간 또한 집이나 학교를 벗어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어렵고 딱딱한 이야기가 아닌 사진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확장해보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배병우·김중만 사진작가, 양병이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사장, 안은미 무용가, 안대회·신병주 교수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한국 JP모간은 지역아동센터에서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폭력성이 짙거나 ADHA 증상이 심한 아동들을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대인관계를 개선시키는 프로그램인 '컬러 유어 익스프레션(Color Your Expression)'을 진행 중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교보생명의 '징검다리 도서관'은 전국 10개 병원의 환자와 보호자, 지역사회 주민을 위해 징검다리 도서관을 만들어 책 나눔 운동을 확산시키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