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3월 알래스카 해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1100만 갤런(4164만L·태안 원유 유출 사고의 4배 규모)의 원유를 유출한 유조선 엑손발데즈(Exxon-Valdez·1986년 진수·사진)호가 마지막 가는 길까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더타임스는 5일 엑손발데즈호가 최종적으로 해체되기 위해 '배의 무덤'으로 알려진 인도 항구도시 알랑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랑에서는 빈민촌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고 위험한 선박 해체작업에 투입되고 있어, 엑손발데즈호가 환경 훼손과 윤리 논란에 휘말렸다.

현 선주(船主) 홍콩 블룸쉬핑은 지난달 23일 알랑의 폐선박 재활용 전문업체에 1600만달러를 받고 엑손발데즈호를 팔았다. 알랑 해변은 세계 폐선박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는 세계 최대 폐선장으로, 이곳 업체들은 배를 해체하고 고철을 되팔아 이익을 남긴다. 수개월씩 걸리는 해체 작업은 인근 빈민촌에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노동자들 몫이다. 고된 작업을 하고 일당 50루피(약 1100원) 남짓의 임금을 받는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변변한 안전장치도 없이 가스절단기 등 단순한 도구만으로 초대형 선박을 해체한다. 가스절단기 작업 중 파이프 속에 남아 있던 기름이 폭발하거나 선체가 무너져내리는 등 사고가 빈번하다. 폐선에서 나오는 발암물질 석면과 폴리염화 바이 페닐(PCB)에 무방비로 노출돼 폐암 발병률도 높다. 알랑에서는 매년 300명의 노동자가 선박해체 관련 사고·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길이 300m, 배수량 21만t의 초대형 유조선 엑손발데즈호의 해체작업은 그 규모로 미뤄 사고 위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