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스노보드를 즐기던 게리씨는 슬로프에서 신발 끈이 자주 풀어지는 것이 늘 불편했다. 아이들이 스노보드 부츠의 끈을 묶느라 애를 먹는 모습도 안쓰러웠다. 자칫 끈을 느슨하게 묶기라도 해 신발이 벗겨지면 당할지도 모를 사고도 걱정이었다. 실제 스위스에서 스노보드를 타다가 신발끈이 풀어져서 큰 사고를 당할 뻔하기도 했다. 항상 문제는 '신발 끈'이었다.
궁리 끝에 '끈 없는 신발'을 착안해냈다. 16년간 의료기기 사업을 했던 경험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심장수술용 와이어로 신발 끈을 대신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여기에 와이어를 단단하게 조이거나 느슨하게 풀어내는 다이얼락(Dial-Lock) 장치도 고안해냈다. 신발에 둥근 다이얼을 부착해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와이어가 조여지고 반대로 돌리면 풀리는 방식이었다. 보아 클로저 시스템(Boa Closure System)은 그렇게 탄생했다. 게리 헤머슬랙(Gary Hammerslag·57)씨는 1999년 10월 미국 콜로라도 주 스팀보트 스프링스에서 보아 테크놀로지(Boa Technology)를 창업했다.
'끈 없는 신발'은 숱한 시행착오 끝에 2001년 K2 등 스노보드 부츠에 장착한 첫 시제품이 나왔다. 추운 날씨에도 재빨리 신고 벗을 수 있어 금새 큰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 스노보드 부츠의 30%가 보아시스템을 장착할 정도였다. 이후 10년 사이 보아시스템은 스키화, 사이클화, 골프화 등 전 세계 아웃도어 스포츠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트렉스타가 전문등산화에 이 시스템을 세계 처음으로 적용하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보아 테크놀로지는 트렉스타, K2코리아, 코오롱스포츠, 아이더, 밀레, 몽벨,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비트로, 르카프, 와일드로즈, 버즈런 등 12개 아웃도어브랜드 및 스노보드 브랜드와 MOU를 맺고 보아클로저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보아 테크놀로지의 매출 성장률은 연간 36.3% 이상으로 세계 최고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보아 시스템은 특수 와이어인 레이스(Lace)와 특수 플라스틱 연결 장치인 릴(Spool), 손잡이 격인 다이얼 조임장치(Dial-Lock) 등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게리씨는 "간편함과 견고한 내구성이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단하게 다이얼을 돌리는 것만으로 조이고 푸는 것이 가능하고, 레이스는 지름 0.1㎜ 안에 49줄을 새끼처럼 꼬아 놓아 그 강도가 항공기나 탱크의 장갑보다도 더 강하고 단단하다"고 설명했다. 다이얼 등도 강화플라스틱 소재를 채택해 견고함이 탁월하다.
대신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다. 보아 테크놀로지는 "조금 비싸도 편리한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빨리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는 편리함이 조금 비싼 가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보아 측은 "우리는 값싼 신발과 경쟁하지 않는다. 보아시스템을 부착하면 신발 가치가 오르는 '프리미엄 브랜드'에만 마케팅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첨단 기술에 대한 정당한 값을 받겠다"는 얘기다.
보아 측은 "전 세계 스포츠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보아 클로저 시스템을 부착한 신발을 즐겨 찾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간편한 조작으로 자신의 발에 꼭 맞는 착용감을 가질 수 있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어 쉽게 마니아가 된다"는 것이다.
2009년 8월부터 보아 클로저 시스템에 대한 평생보증제도(Dialed in For Life Guarantee)를 도입해 고객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아 테크놀로지의 보아 클로저 시스템이 장착된 상품을 구입하면 파손 또는 제품결함으로 인한 교체일 경우 신제품으로 무상교환해주는 제도다.
보아 테크놀로지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버네이스 애플트리 PR컴퍼니 김은규 대리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더불어 보아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앞으로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홍보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