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에서 '융합형 인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스티브 잡스(1955~2011) 애플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28) 페이스북 CEO 등이 융합형 인재의 대표적 예. 충남 천안 북일고등학교 국제과는 '한국형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지난 2010년 신설됐다. 지난 12일 저마다 독특한 이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채 꿈을 향해 달리는 이 학과 학생 다섯 명을 만났다.

(왼쪽부터) 하승준, 전동근, 서지원, 임창록, 오은상 학생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동근ㅣ스포츠·경제… "능력과 자세만으로 평가해주세요"

못 말리는 축구광인 전동근(3년)군은 고교에 입학하자마자 친구들과 축구 클럽을 만들었다. ‘교내 경기’는 곧 ‘학교 대항 경기’로 이어졌고, 급기야 전국 특목고 축구 클럽을 아우르는 ‘협회’까지 결성됐다. “처음엔 재미 삼아 알고 지내던 특목고 친구들에게 학교 간 시합을 제안했어요. 이내 참여 학교가 하나 둘 늘더니 전국 특목고 축구 리그가 탄생하게 됐죠.” 2012년 3월 현재 특목고 축구 리그 참가 팀은 16개다.

또 다른 그의 관심 분야는 ‘경제’. 실제로 그가 ‘청소년 경제활동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단체 한국경제교류연구회는 매년 ‘전국 고교생 경제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엔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 일곱 명과 힘을 모아 또 다른 비영리 법인 한국청소년활동진흥협회(KAPYA·카피아)를 설립했다.

그는 “카피아를 만드는 과정에서 세금·출자 등 법인 설립 분야를 일일이 공부하다 보니 많은 걸 배웠다”며 “일부에선 ‘어린 친구가 뭘 할 수 있겠느냐’며 편견으로 바라보지만 능력과 노력하는 자세 두 가지만 평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창록ㅣ의료·과학… "자타 공인 호기심 소년학교 덕 많이 봤어요"

임창록(3년)군은 초등생 때부터 ‘호기심 소년’으로 통했다. 아버지(임신혁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를 따라 실험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그는 실험실을 놀이터 삼아 궁금증을 하나 둘 해소해 나갔다.

임군은 지난해 9월 제5회 노벨과학에세이대회에 출전, '리보솜 구조와 기능의 비밀을 밝힌 아다 요나트'란 제목의 에세이로 대상을 받았다. 이 대회 참가자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가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을 중수필(重隨筆) 형태로 작성, 제출해 기량을 겨룬다.
그는 이번 수상의 공(功) 일부를 북일고 국제과가 진행 중인 '개인별 과제 연구 프로젝트(DPR)' 교육 과정 덕으로 돌렸다. DRP (Directed Research Project)은 학생이 교사의 지원을 받아 희망 연구 분야를 정하고 장기간에 걸쳐 탐구한 후 논문으로 작성하는 수업. 지난해 임군은 이 수업의 도움으로 '피부암 예방과 치료를 위한 계피 추출물 활용법'이란 논문을 완성하기도 했다.

◇오은상·하승준·서지원ㅣWYMC 의장단… "어려서 모른다고요? 성역은 없어요"

'오은상(3년)군은 청소년모의국회(WYMC World Youth Model Congress), 하승준(3년)군은 국제청소년모의유엔(MUNOS Model United Nations of Seoul)에서 의장단 활동 경력을 갖고 있다. 하군은 중학교 때부터 MUNOS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의장단에 합류했다. "각국 대표 학생이 제기하는 의제를 통합하고 중재하는 역할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MUNOS 활동에 합류했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현재 교내에서 발행되는 신문 편집장으로도 활약 중이다. 취재는 물론, 기사 작성과 편집 등 1인 3역을 도맡고 있다.

오군은 지난해 열린 페덱스 국제무역창업대회 국내 예선에서 1위에 올라 태국 본선 대회에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하는 기회를 얻었다. "모의 유엔 등 국내 학생끼리 겨루는 행사와 달리 국제무역창업대회 본선에선 각국 대표 학생들과의 경쟁을 통해 국제 감각과 문화를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섯 명 중 홍일점인 서지원(3년)양의 관심 분야는 '인권'이다. 여성가족부 운영 기구인 청소년참여위원회에 소속돼 활동 중인 그는 다문화 가정 자녀, 저소득층 가정 자녀, 소년소녀 가장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을 보호하고 관련 법규를 신설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청소년의 시각에서 청소년 관련 법규를 신설하고 의제를 바꿔가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