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리탕'인가 '닭볶음탕'인가. 닭볶음탕의 제대로 된 명칭이 무엇인지를 놓고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소설가 이외수<사진>씨가 최근 '닭도리탕은 일본식 이름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게 발단이 됐다. 국립국어원이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은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 '새(鳥·とり·tori)'에서 유래했다는 이유로 닭도리탕을 비표준어로 규정하고 '닭볶음탕'으로 바꿔 올려놓고 있다.
이외수씨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화천시장에서 가족들과 닭도리탕을 먹었다"며 "상식의 허실-닭도리탕은 일본식 이름이 아닙니다. 참고하시기를"이라고 적었다. 이씨는 한 네티즌의 주장이 담긴 게시물(http://j.mp/yIJwKT)을 링크시켜 그 근거로 들었다.
이 네티즌은 "외보도리, 가지도리무침 등 우리나라 음식에 '도리'가 들어간 경우가 많고 도리는 '잘라내다'라는 뜻의 순수 우리말"이라며 "'닭도리탕'이 우리말인데도 2000년대 일본에 닭도리탕이 유행하며 이 말을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고 여기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바로 반박에 나섰다. 이날 오후 트위터에 "닭도리탕의 '도리'는 일본어에서 온 것으로 보고, 이를 '닭볶음탕'으로 다듬었다"며 "'도리'의 어원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분명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한 것. "(설령) 우리말인 '도리다'가 쓰였다고 해도 어간인 '도리'와 '탕'이 바로 붙는 것은 우리말에서 찾아보기 힘든 결합" "닭을 도린 게 아니라 토막낸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도 "'닭도리탕은 우리말'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수십년 동안 국어연구에 종사한 국어학자들을 폄하하고 있다"며 국립국어원의 편을 들었다. 이 네티즌은 "외보도리는 이외수씨의 말처럼 '외보'와 '도리'의 합성어가 아니라 오이를 뜻하는 '외'와 작은 것을 잘게 쪼갠 것을 의미하는 일본어 '보도리'의 합성어"라며 "닭을 뜻하는 일본어 '니와도리'를 줄여 '도리'라고 부르고 여기에 닭을 붙여 닭도리탕이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외수씨는 이런 반론에 대해 "풀이말의 어간이 이름씨와 직접 결합하는 예가 드물다고 조어 자체를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도리도리뱅뱅, 주물럭 등이 그 예"라고 다시 또 반박했다.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은 "내장을 도려 내고 토막 치는 작업 자체 전부를 '도리작업'으로 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외수씨의 말처럼 닭을 도려내 만든 요리라는 뜻에서 '닭도리탕'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본어 '도리'가 고대 조선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소장은 "'섬-시마' '노루-노로'처럼 도리도 '닭'을 뜻하는 고대 조선어에서 간 말"이라며 "닭도리탕의 '도리'가 설령 일본말이라고 해도 원형이 고대조선어에서 간 말이기 때문에 크게 저항할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논란이 벌어진 것이 애초부터 '닭볶음탕'이란 잘못된 대체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국물이 없는 '볶음'과 국물이 있는 '탕'은 엄연히 다른 음식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닭매운찜'이나 '매운 닭찜' 등이 나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닭도리탕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복지리, 대구지리의 '지리'가 일본어라는 데는 아무런 논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