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에서 낡은 공중전화 부스를 이용해 미니도서관을 만들었다.

서울시 성동구 지하철 왕십리역 앞 왕십리광장 한쪽 '날개벽화' 옆에 빨간 공중전화 박스가 하나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공중전화를 거는 시설이 아니다. 작은 도서관이다.

성동구가 휴대전화 보급이 늘면서 공중전화가 하나 둘 쓸모를 잃자 애물단지로 전락한 공중전화 박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내놓은 아이디어다. 공중전화가 없어져 비어 있는 박스 안을 시민을 위한 도서관으로 다시 꾸민 것.

이런 발상을 통해 지난달 27일 왕십리광장에 무인도서관 '책뜨락'이 처음 선을 보였다. 공중전화 박스는 KT 광진지사에서 기증했고, 외관 페인트칠은 한양대 응용미술교육학과 재학생 6명이 '재능 기부' 차원에서 봉사했다. 도서관 안에 갖추어 놓은 200여권 책은 새마을문고 성동구 지부에서 후원했다. 덕분에 구는 예산 50만원으로 근사한 미니 도서관 1개를 세운 셈이다. '책뜨락'은 '책 읽는 왕십리 광장' '책은 독자의 마음에 지식의 뜰을 만듦'을 뜻하는 말이다.

24시간 365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고, 대출은 안에 놓인 양심우체통에 본인 전화번호와 반납 기한을 적은 대출증을 자유롭게 내면서 이뤄진다. 전화 박스 출입문 아래쪽에 이용 방법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 책꽂이 아래 '책 나눔함'이란 상자를 놓아 책을 기증할 수 있고, 성동구 자치행정과(02-2286-5148)로 전화를 걸어 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 이미 영국과 미국 뉴욕에서 공중전화 박스를 도서관으로 개조해 쓰는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었다.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이같이 철거 운명에 놓인 공중전화 박스를 도서관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이용 수칙을 잘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