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김태식(8)군의 별명은 '로봇'이었다. 두개골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 '크루존 증후군' 때문에 늘 교정 헬멧을 써야 했다. 어린이집 친구들은 그런 태식이가 이상하다고 놀렸다. 외톨이일 때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다 태식이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에 걸쳐 삼성서울병원의 '밝은 얼굴 찾아주기'프로그램의 지원으로 무료 수술을 받았다.

어머니 김연자(30)씨는 "15시간이나 되는 큰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막내 태식이를 보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면서 "치료를 받게 돼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고깔처럼 뾰족하게 솟았던 태식이의 정수리가 이제는 둥글어졌다. 태식이는 초등학교 입학식을 기다리고 있다.

대학 신입생이 되는 한승헌군·박예지양·문현건군(왼쪽부터)이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김태식군(오른쪽)을 응원하려고 지난 22일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전북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하는 한승헌(19)군은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귀가 새끼손톱만큼 작았다. 한군은 "어릴 때 별명이 '짝귀'였는데, 이 소리가 듣기 싫어 친구들과 주먹다짐도 자주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5월부터 세 차례를 수술해 양쪽 귀 모양이 같아졌다. 문현건(19)군은 2010년에 입술이 갈라지는 구순구개열을 고쳤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도 올해 대학에 들어가 항만물류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이들처럼 얼굴 기형을 앓다 수술 후 새 얼굴을 갖게 된 초등학생 2명, 중학생 11명, 고등학생 7명, 대학생 10명 등 30명이 모였다. 모두 올해 신입생이 된다. 이들의 수술을 집도했던 이 병원 성형외과 임소영, 오갑성, 변재경, 문구현 교수 등 4명도 이들의 새로운 입학식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했다. 소이증(小耳症·귀가 정상인보다 작은 것)을 앓다 수술을 받은 정모(14)군의 어머니는 "귀를 되찾은 아들이 이제 안경을 끼고 마스크도 할 수 있다"면서 "가족 모두가 웃음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자를 대상으로 무료 수술을 해주는 밝은 얼굴 찾아주기 프로그램을 통해 2004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527명이 새 얼굴을 갖게 됐다. 수술 건수만 1409건에 달한다. 수술비로 따지면 80억원이 넘는다.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중공업이 돌아가면서 비용을 분담했다.

윗입술 부근이 붉게 부풀어오르는 '혈관종'을 앓았던 박예지(19)양은 "어릴 때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쳐다보는 게 가장 무서웠다"면서 "열한 살 때 수술을 받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 달 공주사범대 음악교육학과에 입학하는 박양은 이날 '학교 가는 길'이라는 피아노곡을 연주했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겨내고, 아픔을 딛고 일어난 사람들에게 이 곡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다 낫지 않아 아직 웃음을 지을 수 없는 태식이의 눈이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