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진 前 문화관광부 국제협력담당

내달 6~7일 세계 최고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제3회 '아시안리더십 콘퍼런스'에서 한류에 대한 세션이 마련됐다고 한다.(13일자 A11면) 한류라는 물결이 생겨난 지 10여년. 드라마로 시작해 K팝을 거쳐 한식(韓食)과 한국어를 지나 이젠 한국식 라이프스타일을 총망라하는 '한류 4.0' 버전까지 나온 이때야말로 한류라는 현상을 넘어 그 본류를 탐구할 때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한국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일을 업(業)으로 삼고 있다. 시대는 변했다고 하나 아직 우리는 딱 맞는 국가이미지를 찾지 못했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나라마다 나름의 국가브랜드가 있는 개성의 시대다. 일본은 젠(zen), 중국은 도자기라는 의미로 통하는 '차이나' 자체가 브랜드이고, 프랑스는 패션과 철학, 미국은 팝컬처, 독일은 음악·자동차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보자.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김치, K팝, 북한이라고 한다. 10년 전 조사에서 '북한, 전쟁'이라고 한데 비해 긍정적이지만, 막상 '한국에서 사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27% 만이 호감을 표시했을 뿐이다.

올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국가이미지지수 조사결과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실제 모습보다 약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게 바로 이 점이다. 국제사회에선 한국문화를 하나로 묶어주는 강력한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한 문화의 발생 배경을 찾아 깊이 들어가다 보면 마주치는 것이 정신문화이다. 우리나라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드라마와 음악이다. 이제는 K팝에서 나아가 한글과 라이프스타일이다. 한글로까지 나아갔다는 것은 오천년 역사를 관통하는 우리의 정신문화에까지 관심이 미쳤다는 방증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뭘까? 이제까지 한류의 실체와 그 인기의 원인에 대해 제대로 규명을 하지 못했던 터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이젠 바야흐로 한류 4.0 시대를 맞으며, 우리 문화를 하나의 축으로 묶어주고, 국가 이미지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강력한 개념이 나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한류의 본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