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출신이라 어려움이 많았어요. 서울에 왔지만 마땅한 일자리도 없었고요. 하지만 이제 우리가 만든 회사에서 저희 같은 지방대 출신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니 꿈만 같아요."

경기도 고양시에서 사회적 기업 '공공미술 프리즘'을 운영하는 유다희(35) 대표는 "일할 수 있다는 게 세상에서 제일 기쁜 일인 거 아느냐"고 물었다. 사회적 기업이란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만든 기업이다.

2003년 가을 유 대표가 동갑내기 고향 친구 전유라 국장과 세운 '공공미술 프리즘'이 창업 5년 만인 2008년 말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마을벽화, 놀이터꾸미기 등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맡는 이 회사는 직원 11명의 작지만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 대표를 포함해 4명이 지방대 미대 출신이다. 유 대표는 전북대, 전 국장은 목포대 출신이다.

2002년 가을 두 사람은 직장을 접고 공공미술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방대 출신인 스물다섯 살 두 여성이 회사를 꾸려가긴 쉽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여러 단체에 매일 전화를 50통 넘게 걸었지만 '그게 뭐 하는 거냐' '아가씨, 다른 데 알아보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전씨는 "만원으로 1주일을 버틸 때도 많았고, 겨울에 기름 살 돈이 없어 꽁꽁 언 채 밤을 새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120만원짜리 중고 트럭 한 대를 사기로 계약한 날 둘이 펑펑 울었다"고 했다.

사회적기업‘공공미술 프리즘’을 이끄는 동갑 친구 유다희(오른쪽)·전유라씨. 숱한 어려움 속에 연매출 6억원의 어엿한 기업으로 키웠다.

사업을 시작 2년 만에야 첫 월급으로 20만원씩 나누어 가질 수 있었다. 2005년 말, 경기도 안산 가구공단과 고양시 벼룩시장, 군포시 한세대 등에서 근로자 및 주민들과 공동으로 추진한 '족구장 프로젝트'가 언론과 예술계의 관심을 끌면서 상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듬해 구로구 안양천을 꾸민 것을 시작으로 안산 한양대앞 굴다리, 고양시 민원버스 등이 이들의 도움으로 탈바꿈했다.

이어 전남 곡성군과 간판 개선 사업을 폈고, 경기도 이천시에선 하이닉스 기숙사 프로젝트도 맡았다. 설악산 탐방안내소 리모델링에도 이들의 실력이 보태졌다. 프로젝트가 늘면서 2006년 2억원이 채 안 되던 매출이 2008년 3억원, 2010~11년엔 6억원으로 늘었다. 작년 가을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대규모 예술 이벤트 '신 미나토 마을'에도 초청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