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라이트헤비급을 호령하는 신성 존 존스가 지난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스포츠계에서 선호하는 흑인인데다가 기량이 가히 압도적이어서 프로골프의 타이거 우즈, 프로농구의 코비 브라이언트처럼 미래 메이저스포츠로 우뚝 설 UFC를 대표하고 이끌어갈 슈퍼스타로서 입지를 다졌다.
라이트헤비급에 존 존스가 있다면 웰터급에는 그와 비슷한 행보를 걷는 선수가 바로 앤서니 존슨이었다.
존 존스처럼 사실상의 무패 파이터는 아니었지만 압도적인 피지컬을 주무기로 한 흑인특유의 운동능력이 웰터급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잘나가던 앤서니 존슨이 전격 퇴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UFC 측은 연이은 체중조절 실패로 대회 자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존슨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퇴출을 결정했다.
한 마디로 프로정신을 망각한 선수와는 계속 같이 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의 표시였다.
복싱이든 레슬링이든 몸으로 하는 운동이라면 모두가 겪어야 할 감량의 고통을 존슨이 좀처럼 이겨내지 못한 건 본인의 책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어쨌든 UFC는 전도유망한 선수 하나를 잃게 됐다.
존슨에게 일부 동정표가 제기되는 면도 있다. 그는 평소 220파운드(약 100kg)를 유지하는 거구다. 웰터급(·170파운드, 77kg)에 맞추기 위해서 매번 싸울 때마다 무려 23kg에 달하는 살을 빼기 위해 사우나에서 목숨을 건 다이어트를 펼쳐야 했다.
왜 이렇게까지 많이 살을 빼야 했냐면 미들급과 라이트헤비급에서는 실력이 달리고 웰터급으로 내려야만 경쟁력이 생긴다는 판단에서였다. 제법 홀쭉했던 과거에는 그게 됐을지 몰라도 나이가 들면서 자꾸 불어나는 체중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자연스럽게 체급 상향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존슨은 결국 죽음의 다이어트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185파운드(84kg)의 미들급으로 전향을 모색했으나 이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존슨이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사우나에서 탈수증상이 일어날 정도로 열심히 살을 뺐지만 과거처럼 쭉쭉 빠지지 않았다. 체내의 수분을 줄이는 다이어트 방법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존슨은 계체량에서 90kg으로 나타나 물의를 일으켰다. 결국 비토 벨포트와 라이트헤비급 계약경기를 치러야 했고 1라운드 만에 맥없이 패배했다.
경기 뒤 그는 "어쨌든 진 건 진 것이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도저히 그 힘으로 상대를 꺾을 수가 없었다"며 한탄했다.
무리한 체중감량이 급격한 체력저하로 이어진 꼴이다. 이래저래 무리한 다이어트는 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존슨은 이미 불어난 체중을 감당할 수 없을 처지다. 미들급이나 라이트헤비급에서는 피지컬의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웰터급이 아니면 경쟁력을 상실해 퇴출됐어도 크게 미련은 없다.
그를 보면서 파이터들은 평소 체중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의 교훈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어떻게 살을 뺏더라도 힘까지 같이 빠져버리면 그동안의 지옥훈련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온전한 힘으로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꼭 맞는 신체사이즈를 꾸준히 유지해야만 대회 전 무리한 감량으로 인한 체력손실을 막을 수 있다.
추성훈(일본명:아키야마 요시히로)이 비교적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미들급에 남으려 했던 건 체중감량이 불러온 파워의 감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감량은 파이터들의 숙명이라고 볼 때 퇴출당한 앤서니 존슨의 사태는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