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끝나고 답을 맞춰보기 위해 친구에게 간다면 공부 못하는 학생이고 친구가 자신에게 온다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코미디 프로그램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가 제시한 공부 잘하는 기준이다. 명덕고등학교 2학년 곽동섭군은 전형적인 공부 잘하는 학생이다. 평소 자주 연락하지 않던 친구도 시험기간이 되면 곽군을 찾는다. 곽군은 지난 2학기 내신 성적 전교 1등을 차지했고 11월 시행한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전 과목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곽군이 처음부터 최상위권이었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첫 학력평가 성적은 언·수·외 각 4·2·3등급이었고 중학교 1학년 때는 반에서 10등 정도였다. 곽군이 최상위권으로 도약한 비법은 무엇일까?

명덕고 곽동섭군은 "자신을 믿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라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흔히 "꿈을 가지라"는 조언을 한다. 목표를 정해 공부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곽군은 5살 때 집에 강도가 든 이후로 경찰대에 가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현실의 성적은 꿈과는 거리가 있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방과후 학교 담당 교사와 진로상담을 하고 그는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과연 내가 경찰대에 진학할 수 있을까?'라고 저 자신에게 물었어요. '그렇다'고 하고 싶었지만, '지금 성적으로는 경찰대 근처에도 가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죠. 꿈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부터 공부할 마음을 다졌어요."

◇스스로 정한 계획은 반드시 지켜

곽군은 우선 공부 방해 요소를 제거하기로 했다. 첫번째는 게임이었다. 학기 중에도 새벽 2~3시까지 할 정도로 좋아했지만, 공부를 위해 포기했다. 두번째는 공부법을 찾는 것이었다. 담임교사를 찾아가 공부법을 물었다. '꾸준함'과 '반복'. 다소 뻔한 답변이 돌아왔다. 매일 영어단어 20개라도 꾸준하게 반복해서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곽군은 일단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밤 10시로 정해진 학교 자율학습에 참여했고 지정시간을 넘긴 11시까지 남아 그날 정한 공부를 마쳤다. 몸이 아팠던 며칠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정한 학습 계획을 모두 지켰다. 이전에는 하지 않던 복습도 시작했다. 수업내용은 쉬는 시간 동안 정리하고 자습시간에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스스로 공부법도 차근차근 만들어 지켰다. 수학은 같은 문제를 두 번 이상씩 풀었다. 단순히 답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풀이 방식을 꼼꼼히 기록해 핵심원리를 놓치지 않았는지 점검했다. 언어영역의 경우는 친구들과 답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문제를 풀고 답을 확인하기 전에 어떤 보기가 맞고 틀린 지 토론하며 자연스럽게 반복학습을 했다.

"학교가 지정한 자율학습이 끝난 이후에는 여름이라도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아요. 그래서 대부분이 10시에 집에 가는데, 저는 더위도 참고 공부했어요. 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죠. 한번은 더워서 창문을 열었는데 교실에 벌레가 엄청나게 몰려들었어요. 친구들은 모두 그날 공부를 포기하고 돌아갔지만 저는 끝까지 남았습니다."

◇운동으로 체력 기르고 아침 시간 활용

자율학습을 마치고 곽군이 향하는 곳은 헬스클럽이다. 공부처럼 운동도 일정한 양을 정해서 한다. 보통 30분 정도 운동하는데, 트레드밀에서 전속력으로 뛰며 적당한 운동 강도를 유지한다. 체지방 검사 결과 3개월 만에 근육량이 2㎏ 늘고 체지방은 1㎏ 빠졌다.

체력이 길러지니 학교수업에도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아침 독서 시간에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몽사몽 하는 다른 학생과 달리 20분 동안 집중해서 책을 읽었다. 덕분에 언어영역 점수가 많이 올랐다. 곽군은 "지문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었는데 꾸준히 책을 읽었더니 속도가 빨라져 여유 있게 문제를 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학년 내내 4등급이던 언어영역은 2학년이 되자마자 1등급으로 올랐다.

꾸준하게 노력하는 곽군도 흔들릴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에 수학 3등급을 받았을 때다. 수학을 좋아하고 또 입시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 매일 3~4시간씩 공부했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다니던 수학 학원을 바꿔볼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다른 방법을 찾는 대신 자신의 노력을 믿고 꾸준히 공부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결실을 안겨줬다. 2학기가 되면서 1등급으로 성적이 올랐고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고 있다.

"성적은 짜는 만큼 나온다는 점에서 참기름과 같아요.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지 말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