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북 경주시 북군동에 위치한 한 골프장에서 윤 모(65세) 씨가 해저드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윤 씨는 얼어붙은 해저드 위에 놓인 공을 주우려다 얼음이 깨지면서 익사했다. 2010년에는 사람이 뜸한 밤에 잠수복과 산소통을 갖춘 40대 2명이 부산 인근의 한 골프장 해저드에서 뜰채로 2400여개의 공을 건져내다 경찰에 체포됐다. 두 사건 모두 '해저드 속 진주'라 불리는 로스트볼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로스트볼은 개당 평균 200원에 유통업자에게 거래된다. 딱히 주인이 없는 로스트볼은 골프장에 숨겨진 보물인 셈이다. 꼭 해저드뿐만이 아니라 러프에서도 로스트볼이 발견되기 때문에 골프장 인근 주민들이 쉬쉬하며 수거에 나서는 경우가 더러 있다. 잠수 장비까지 갖추고 몰래 공을 쓸어담는 조직도 있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크게 줄었다. 때로는 캐디 혹은 코스관리과 직원이 로스트볼을 수거해서 유통업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해저드 1개 당 적게는 골프공 1포대(800개)에서 20포대까지 로스트볼이 수거되기 때문에 짭짤한 부수입원이 된다.

로스트볼을 다시 시장에 내놓는 사람이 로스트볼 재생업자와 판매업자다. 재생업자들은 상태가 좋은 로스트볼에 세척 및 특수 표면처리를 해 새것과 다름없는 상태로 소비자에게 내놓는다. 이렇게 처리된 공을 '리피니시볼' 혹은 '재생 골프공'이라 부른다. 한 골프공 재생업체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타이틀리스트 프로V1 모델 30개를 3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한 더즌에 6만원 안팎으로 팔리는 정품은 개당 5000원 정도니 재생 골프공은 새 골프공의 5분의 1 가격이다.

골프공을 일일이 세척한 뒤 재생하는 업체도 있지만 단순히 세척한 후 스크래치의 유무, 변색의 유무, 모양의 변형 등만 따져서 소비자에게 개당 1000원에서 1500원 사이의 가격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있다. 훼손 상태가 심한 공은 연습장에 개당 350원에서 400원 사이의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그러나 수거된 로스트볼 전부가 소비자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심하게 훼손돼 더 이상 사용이 어렵거나 골프공 겉면을 감싸고 있는 투명 마감제에 심하게 착색이 된 골프공은 잘게 부서진 후 재활용폐기물로 분류돼 처리된다.

멀쩡하지만 골프공의 브랜드에 따라 재생여부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한 골프공 재생 업체에 의하면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등 인기 메이커 등을 제외하고 볼빅과 빅야드 등 국산 골프공을 포함, 타 브랜드 골프공은 리피니시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찾는 이가 적어 수거 후 세척, 재생을 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수지타산에 맞지 않아서다.

한편 일부 골프공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리피니시볼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리피니시볼은 해저드에 오래 있었던 만큼 공 내부에 수분이 많아 비거리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골프공 재생 업체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플라스틱과 합성 고무 재질의 피막이 겹겹이 코어를 감싸고 있기 때문에 골프공 표면에 깊은 스크래치가 없는 한, 수분이 공 내부로 침투하기 힘든 관계로 성능면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박세진 골프조선 기자 sagemo@chosun.com


[Golf+] 캐슬렉스 이성대, 골프문화공간의 '지존'

[Golf+] 해저드 속에 '진주'가? 로스트볼이 뭐기에

[Golf+] 태국 치앙마이로 '따뜻한 골프여행' 어때요?

[Golf+] "절제 필요한 '골프' 몸도 마음도 치료해주죠"

[Golf+] 골프 즐기고 문화 생활 누리고...

[Golf+] 500원 삶은 달걀이 3000원? 그늘집 폭리 '너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