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방탄모), 오버로크(계급장을 꿰매는 것), 활동화(운동화), 두돈반(2.5t 트럭), 환복(옷 갈아입는 것), 총기 수입(소총 기름칠)…'.
언어폭력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사용하는 이런 단어들도 군내 각종 사고와 의사소통 장애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소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국방부의 의뢰를 받아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제대 후 3년 내 예비군 700명과 현역 1200명, 장교와 부사관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8.6%가 군대 내 사고가 언어 사용이나 의사소통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응답했다.
장 교수는 "갓 입대한 병사 중 처음 들어보는 군대 용어 때문에 선임병과 의사소통이 안 돼 문제가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욕설과 더불어 출처를 알 수 없는 군대 용어를 순화해 폭력을 예방하고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군대 용어 대부분은 과거 일제강점기와 미군정시대에 쓰던 것들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함마(대형 해머·망치)는 일본어에서 유래했고, 떠블백(군에서 쓰는 원통형 배낭)은 영어 더플백(duffle bag)에서 온 말이다.
해병대에서만 사용하는 순검(야간 점호), 주계관(취사병) 등도 일본 군대의 잔재다. 장 교수는 "해병대원들은 이런 특수한 단어들이 해병대의 전통이라고 하지만, 전형적인 일본식 군사 용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게임과 인터넷 언어, 줄임말 등이 군내 의사소통의 방해 요소로 지적됐다. 심층 면접에 응했던 한 장교는 "요즘 병사들은 인터넷 게임에 사용되는 말들을 이용해 상관이 나타나면 '보스 등장', 각개전투 훈련에서 돌격을 하는 것을 '러쉬'라고 한다"며 "식청(식당 청소), 담타(담배 타임), 체단(체력단련장), 계끝(계단 끝) 등의 줄임말도 많아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됐다"고 했다.
장 교수는 "잘못된 뿌리를 가진 군 용어는 순화하고, 전문 군사 용어나 특수한 표현 등은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