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에서 만난 송인호(55·건축학부 교수) 소장은 1월 18일로 예정된 '서울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 준비로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다소 이름이 긴 이번 학술대회는 서울 성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다. 서울학연구소는 등재를 결정짓는 실질적인 조사와 현지 실사를 담당하는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와 함께 이번 대회를 준비 중이다.

송 소장은 서울성곽(한양도성)이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수도의 경계를 유지해온 성곽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한양도성은 조선이 서울에 자리잡은 1394년부터 일본 강점기인 1910년까지 500년 넘게 수도의 경계로 기능했다"며 "서울 도심을 감싸고 있는 독특한 역사문화자원"이라고 말했다. 서울한양도성을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정식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서울학까지 필요하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있겠지만, 서울학연구소는 1993년 6월 서울시립대 부설연구소로 설립됐다.

송인호 서울학연구소 소장이 1890년대 서울을 120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송 소장은“서울은 도시의 역사나 규모로 봤을 때 한 국가를 선도하는 영향력을 갖고 있어 연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양정도 600주년(1994년)을 한해 앞두고 서울에 대한 역사적인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서울시가 지원해 만들었다.

서울학연구소는 설립 후 지금까지 모두 226개의 연구물을 내놓았다. '역사문화유산의 변화기록 및 시민인식 조사를 통한 서울 도심의 정체성 연구' '대한제국기 정동을 중심으로 한 국제교류와 도시건축에 대한 학술연구' 등이 최근 이곳을 통해 발표된 연구과제들이다. 연구소에서 학문적 연구물을 내놓으면 서울역사박물관이 특별기획전으로 이를 대중적으로 풀었다.

8명의 연구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연구소와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서울 관련 자료를 찾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에 소장돼 있던 '숙천제아도'(조선 말기의 문신 한필교가 자신이 재직했던 관아를 그린 화첩) 등 각종 회화자료를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1995년 '서울의 옛 지도'를 발간했다.

또한 1902~1903년 한국에 체류했던 카를로 로제티 이탈리아 공사가 서울의 풍경을 사진과 글로 남긴 기록을 영국과 프랑스 등지에서 어렵게 구했다. 이를 번역해 1996년 '꼬레아 꼬레아니'를 간행했다.

송 소장은 "중국 북경대 관계자들이 1995년 서울학연구소와 교류를 가진 뒤 벤치마킹해서 북경학연구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인천 등 여러 지역에서 서울학연구소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송 소장은 "서울학연구소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역사나 미술 등 각 분야에서 서울 관련 연구가 이뤄졌다"며 "연구소가 세워지자 '서울'이라는 큰 틀 안에서 역사학·문학·철학·건축학·도시계획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교류되고 있다"고 했다.

송 소장은 서울대 대학원 건축학과 박사과정 중이던 1985년 가회동 한옥보존지구를 조사하면서 한옥 연구에 몸을 던진 건축학자다.

그는 "한옥은 계속 지어지는데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 같은 전통 한옥만 남아있다"며 "서울이라는 도시의 변화와 한옥의 변화를 겹쳐서 연구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930~1960년대 근대화 바람이 불 때 전통 한옥이 도시에 적응해 만들어진 서울의 '도시한옥'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송 소장은 1990년에 이 같은 연구내용을 담은 '도시형 한옥의 유형 연구'라는 박사논문을 내놓았다. 송 소장은 "전통한옥이 근대 도시생활의 수요에 적응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간직한 채 새로운 가치로 다시 태어났다"며 "일제 식민지 시대, 6·25전쟁,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친 우리나라의 모습이 한옥과 서울에 그대로 배어 있다"고 했다.

송 소장은 "서울시의 지원으로 역사도시라는 특성을 유지해온 북촌 한옥마을이 상업화·관광화 되면서 주거지로서의 성격을 잃어버리는 딜레마가 발생했다"며 "오세훈 시장 때는 서울시의 한옥 지원금이 결국 집값만 올리고 주민들은 못살게 됐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박원순 시장은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