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_"글쓰는 내내 사랑에 빠진 여인처럼 들떠"

홍옥진

글을 쓰는 내내 사랑에 빠진 여인처럼 마음이 들떴습니다. 한 예술가의 혼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들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보고 또 보다 보니 어쩔 도리 없이 그림에 마음을 빼앗겼나 봅니다.

미술과 현상학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면서 혹여 추상적인 개념들의 말 잔치가 될까 염려했습니다. 많은 부족함을 너그럽게 품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제 인생의 곁자리에서 저에게 마음을 나누어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철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미학과 교수님들과 학우들, 언제나 따뜻한 눈길로 저와 마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상학의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이 되어주시는 철학과 이남인 교수님,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미학자 김진엽 교수님, 그 어떤 언어로도 고마운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발자취가 드문 외길을 택한 저를 무한한 애정과 무조건적인 신뢰로 지지해주는 나의 가족, 고맙습니다.

▲1958년 경기 출생
▲서울대 미학과 박사과정 수료

심사평_정창섭 내면에서 정신성 회복 파악 '탁월'

오광수

올해의 응모작에서 주목되는 것은 작가론의 우세이다. 외국작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나 현대 이전의 미술가를 논의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비평의 중심이 당대적이란 인식에서 벗어난다. 누군가에 의해 이미 탐색되고 고찰된 미술가들이 아닌, 현재 활동하는 미술가들이 중심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장감이 요구될 뿐 아니라 미답의 영역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비평의식의 신선함을 전해준다. 비평은 당대적이어야 하며, 그렇기에 현장성이 중요해진다. 당대로서의 현장감이 비어 있는 비평은 비평으로서의 신뢰가 그만큼 떨어진다.

작가론으로 다루어진 이강소, 윤명로, 이우환, 김종학, 정창섭은 현대의 주목되는 작가들이다. 이들을 논의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현대의 미의식을 탐색하는 것이며 나아가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을 점검하는 일이 된다. 관념의 유희에 빠지기 쉬운 현대미술을 현장중심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한결같이 이들 작가론이 에세이풍으로 기술되었다는 것이다. 너무 쉽게 접근하고 너무 안이하게 결론을 유도하려는 태도는 지양되어야겠다.

작가론 가운데 가장 주목된 것이 홍희서의 '존재의 빛을 찾아 - 정창섭'이었다. 정창섭의 전 기간에 걸친 탐구의 여정을 쫓아가면서 한지의 원료인 닥에 이르는 과정, 특히 존재의 환원에 이르는 과정을 추구해간 점 높이 평가된다. 특히 추상화의 유입과정에서 놓친 정신성의 회복을 정창섭의 작업의 내면에서 파악해 들어간 논지는 탁월하다. 올해의 당선작으로 내보낸다.

오광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