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스(강해져라), 마트코마룬(안녕), 아조히 하즈 코가레(그 통을 내려놔라)….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일까. 이 단어들은 현실에는 없는 말이다. 미국 HBO사가 지난 4월 처음 방영한 판타지 TV시리즈물 '왕위 게임(Game of Thrones)'에 등장하는 가상의 도스라키족(族)이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11일 할리우드가 판타지나 공상과학 영화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문법, 철자, 기본 대화가 가능한 충분한 어휘를 갖춘 새로운 언어까지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스라키어를 만든 데이비드 피터슨(30)은 UC샌디에이고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지난 2007년 언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모임인 '언어창조사회'란 기구 설립에 관여했다. 피터슨은 도스라키어 이전에 이미 12개 언어를 발명했다고 한다. 그는 HBO사가 새로운 TV시리즈물에 사용할 가상의 언어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이 만들어낸 언어 중 극의 배경에 가장 적합해 보이는 언어를 출품해 채택됐다. 영화 속 도스라키족이 초원을 거점으로 주로 말고기를 먹고 사는 유목민이란 점에 착안해 도스라키어에 말을 의미하는 단어만 14개에 달한다. 대신 약 3250개에 달하는 도스라키 어휘 중에 화장실, 휴대폰 등을 가리키는 단어는 없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의 폴 프로머 명예교수는 "(영화 속에서) 외계인이 문법적 구조도 없는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시절은 갔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프로머 교수는 지난 2009년 개봉해 영화역사상 가장 많은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 '아바타'에서 판도라 행성에 사는 파란 피부의 원주민 나비족이 쓰는 나비어를 만들었다.
나비어는 영화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를 가르쳐주는 웹사이트가 등장했고 지난 10월엔 전 세계 5~6개국에서 온 나비어 동호회원들이 미 캘리포니아에서 모임을 갖고 프로머 교수로부터 문법·어휘 강의를 듣기도 했다. 그는 올해 3월 개봉 예정인 디즈니사의 새 공상과학 영화에서는 영화 속 화성인이 사용하는 언어를 만들었다.
할리우드에서 이처럼 체계적으로 고안된 창조어를 사용한 것은 지난 1984년 개봉한 영화 '스타트렉 3편: 스팍을 찾아서'가 효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외계인 클링온족이 쓰는 언어로 나오는 클링온(Klingon)은 현재 이와 관련된 비영리 연구기관이 설립됐고 이 언어로 쓰인 셰익스피어의 햄릿 번역본이 출간됐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20명 정도가 클링온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간단한 대화 정도를 할 수 있는 사람 수는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영화에 사실감을 불어넣기 위해 있지도 않은 언어를 새로 만드는 노력과 비슷한 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사실상 사어(死語)가 된 만주어를 사용했다. 이는 청나라의 침공이란 시대적 배경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제작사측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의 도움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