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을 탐사·감시하고 폭발물을 처리하는 로봇, 전쟁터에서 차가 못다니는 험한 곳에 무기 등을 실어나르는 로봇, 군인들이 40kg이 넘는 짐을 메도 전혀 안무겁게 하는 웨어러블 로봇…. 지식경제부와 로봇 관련기관 주최하에 10개국 165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6회 '로보월드 2011'이 관람객 7만여명이 다녀간 가운데 막을 내렸다. 올해 ‘로보월드’는 다양한 종류의 로봇들 속에서 군사용 로봇이 어디까지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연장이기도 했다.
◇미국 아이로봇사 군사로봇 매출만 연 2000억원
현재 군사로봇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아이로봇(iRobot)'사. 올해 처음으로 로보월드2011에 참여했다. 아이로봇의 대표 로봇 '팩봇(Packbot)'은 주로 탐사, 폭탄처리 및 지원용으로 사용된다. 올해 일본 대지진 때는 로봇강국 일본의 모든 로봇이 아무런 역할을 못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원전을 탐사, 정보를 제공하는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소형 무인지상 탐사로봇 'SUGV',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군사용 로봇 '워리어(Warrior)' 등 다양한 제품군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 경찰특공대와 미8군에도 팩봇이 한 대씩 납품돼 있다.
국내에선 한울로보틱스와 유진로봇,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과 한양대 등에서 군사용 로봇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한울로보틱스가 내놓은 로봇도 아이로봇의 팩봇처럼 탐사·감시, 폭발물 처리 등에 사용되지만 팩봇의 취약점을 극복해 주목을 끌었다. 팩봇이 보조바퀴를 이용한 투트랙으로 돼있는 것과 달리 한울로보틱스는 가변형 단일트랙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울로보틱스 손형관(48) 이사는 "보조바퀴를 이용한 투트랙 시스템은 사막이나 산악지대서 모래나 이물질이 끼면 가동이 정지하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며 "하지만 가변형 단일트랙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동이 자유롭고 고장의 위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비상시에는 자율적으로 복귀하는 자이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손 이사는 가변형 단일트랙이 국제특허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울로보틱스는 2002년 국내 첫 국방용 1호로봇을 납품한 것을 비롯해 오는 12월에는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에 화생방감시정찰로봇을 납품할 예정이다. 지난해엔 중동 모 국가와 로봇기술 수출계약을 맺고 보안 및 소방로봇을 개발,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유진로봇도 정찰·감시용 로봇 '롭해즈'를 출품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과 공동개발한 롭해즈는 아이로봇처럼 투트랙 시스템이다. 이라크에 파견된 자이툰부대에서 샘플로 활용했다. 당시 사막에서 모래 등의 이물질로 인해 주행하는데 애로가 있다는 점이 발견돼 개선하고 있다.
◇다족형 견마로봇·웨어러블 로봇도
지식경제부 산하 국책연구소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은 무거운 짐을 쉽게 들수 있는 로봇시스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다족형 견마로봇 '진풍'은 차량이 갈수 없는 험지에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로봇. 60kg의 짐을 싣고 시속 5.4km로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외골격 로봇 시스템인 '하이퍼'는 군인이 40kg의 짐을 메거나 들고도 전혀 힘들지 않게 한다. 입는 로봇(웨어러블) 시스템은 한양대 첨단로봇 연구실 창업기업 ㈜헥사시스템즈에서도 적극 개발 중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김형순씨는 "현재 견마로봇, 웨어러블 로봇 등을 보완하고 있는 단계인데 조만간 실용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이런 군사용 로봇들이 실제 얼마나 활용이 가능해질까. 전문가들은 군사용 로봇들이 지상군 로봇(전투형 로봇)으로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지능을 갖춘 로봇이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면 인간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조영훈(48) 본부장은 "미국과 국내 모 업체가 지상군 로봇을 상당한 수준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로봇이 사람에게 총을 쏘는 것에 대한 '윤리성'이 부각되며 발을 빼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며 "향후 군사용 로봇은 인간이 컨트롤러로 조종하는 무인정찰, 폭발물 처리 등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연구와 개발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