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에 충남도경국장, 42세에 서울시장을 지내는 등 박정희 대통령 시절 내무관료의 대명사인 취산(翠山) 구자춘(具滋春·1996년 작고)의 문집이 나왔다. 그가 내무관료와 정치인 시절 고비마다 남긴 기록들을 아들 성재(51)씨가 모아 출간했다. 작고 16년 만이며, 원고지 2400장이 넘는 분량이다.
1932년 경북 달성에서 태어난 취산은 6·25전쟁 때 소위로 임관한 참전 군인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신임으로 1961년 충남도경국장으로 내무관료의 길을 걷기 시작, 서울시경국장·제주지사·경북지사를 거쳐 서울시장에 발탁됐다.
당시 종로·을지로·청계천로 도로 확장을 밀어붙여 '황야의 무법자'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추진력이 강했다. 남산 3호터널도 개통시켰다. 1988년에는 김종필 등과 함께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해 13·14대 의원을 지냈다.
조선일보 영남취재본부장 출신으로 현재 인터넷 언론 데일리안 객원논설위원인 성재씨는 "문집을 위해 자료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우리 아버지 세대가 얼마나 열심히 일해 나라를 일궜는지를 느꼈다"면서 "남 탓 하고 싸움에 익숙해진 우리 세대도 뭔가 해야 한다는 정신적 에너지를 얻었다"고 했다. 구자춘 문집 출판기념회는 다음 달 3일 대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