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진 차만 해도 1조원은 넘을 겁니다. 엔초 페라리만 3대 있거든요”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한국타미야 본사에서 만난 김현근 대표가 케이스에 담긴 엔초 페라리 모형을 보여주면서 한 말이다. 그는 “집과 사무실에 있는 자동차와 탱크가 한 500대 되는데 실제 차 값으로 환산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이다”면서 “가끔 친구들 만날 때 이번에 벤츠 2000대 들어왔다고 하면 깜짝 놀라워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10일 김현근 대표가 엔초페라리 모델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미야는 자동차 프라모델(조립식 장난감)·밀리터리(비행기나 탱크 조립식 장난감)·RC카(무선조종 자동차) 분야에서 전세계 1위 업체로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한다. 그만큼 매니아들로부터 최고의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타미야는 김 대표가 100% 지분을 가진 순수 한국회사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일하던 김 대표는 지난 1996년 정원테크라는 금형 회사를 설립하고 일본 타미야에 금형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9년 사명을 한국타미아로 바꾸면서 본격적인 한국 내 총판업무를 시작했다.

◆ 한국타미야 연간 400만 달러 금형 본사에 수출…모델카 시트 실밥까지 실제 차와 똑같아

김 대표의 집무실에는 많은 트로피가 놓여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00만불 수출탑’이었다. 한국타미야는 수입업체인데 수출탑이라니 의아했다.

타미야의 제품 라인업.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한국타미야는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밀가공이 가능한 금형을 개발해 타미야 본사에 납품하고 있다”면서 “1998년 회사 설립 2년 만에 400만 달러 수출을 돌파하면서 받은 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라모델을 생산하는 금형의 경우 0.1mm 수준의 정밀한 작업이 필요해 가격이 몇배로 커지기 때문에 회사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타미야 제품은 실제 자동차를 1:10, 1:12, 1:24, 1:35 등 일정비율을 정해 차량의 내·외관을 그대로 축소한다. 가까이 사진을 찍으면 실제차인지 장난감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있다.

타미야의 경우 제품개발을 위해 해당 완성차 업체와 계약을 맺고 설계도를 공급받는다. 이 때문에 차량 내·외관은 물론 스티어링휠(운전대)을 움직이면 앞바퀴가 좌우로 움직일 정도로 실제 차와 똑같다. 심지어 운전석의 시트의 실마감까지 같다.

김 대표는 “타미야의 경영철학이 ‘최고의 품질(First quality)로 세계를 돌다(Around The World)’인 만큼 실제 차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모델카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끔 대회현장을 가보면 진짜 자동차 대회를 보는 것인 마냥 선수들의 기술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면서 “비록 작은 RC카지만 노면의 상태에 따라 타이어를 바꿔주기도 하고 엔진·서스펜션(현가장치) 오일 등도 환경에 따라 교체해주고 진짜 레이싱 경기와 똑같다”고 덧붙였다.

◆ 김현근 대표 ‘달려라 부메랑’ 만든 장본인…“쏘나타·K5 등 국산 모델카 만들고 싶어”

한국타미야는 직영점 10곳과 300~400곳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산 저가제품이 국내에 유통되면서 예전보다 시장성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싱가폴에서 열린 RC카 경주대회 모습. 참가 자동차들이 출발선에서 대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생산했던 금형 물량이 최근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가고 있어 요즘 국내에서 금형을 한다는 게 정말 어려워졌다”면서 “가격경쟁력 뿐만 아니라 중국산의 퀄러티도 많이 좋아져,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실제 우리에게 득이 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타미야 본사 내에서도 ‘능력자’로 통한다. 1990년대 중반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타미야 최고 히트작 ‘미니카 시리즈’가 그의 작품이다. 당시 김 대표는 단발성으로 2만개 물량만 생산하려고 했지만,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는 등 어린이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방영된 바 있는 이 만화는 ‘달려라 부메랑’으로 불린다.

김 대표는 프라모델을 즐기는 사람과도 친분이 두텁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가수 서태지·김건모·이재원을 비롯해 배우 연정훈, 개그맨 권재관 등도 소문난 프라모델·RC카 마니아다.

서울 양재동 본사 지하1층에 있는 본사직영매장에서 김종근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곳에는 약 30만대(창고물량 포함)의 차량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과 김 대표와의 인연이 특별하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나와 당시 프라모델 금형 일을 돕고 있을 무렵에 삼성 뺏지를 달고 자주 오는 사람을 발견하고 “이 양반이 근무도 안하고 오네”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가 바로 20대의 정 부회장이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지금은 없어졌지만, 신세계 테마파크와 이마트에 타미야 매장을 낼 수 있었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한국타미야의 목표에 대해 “일본과 10여년간 일을 하면서 기술과 노하우가 많이 축적됐기 때문에 수입이 아닌 직접 제조를 해보고 싶다”면서 “현재 제품 중 국산차를 모델로 한 차가 없는 만큼 국내 완성차업체들과 함께 쏘나타·K5 등과 함께 국산차 프라모델·RC카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