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리스 중부의 항구도시, 볼로스에서는 물물교환이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옛 시골 장터처럼 물건끼리 교환하는 식으로 거래가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지역 자체 통화 단위(TEM)까지 개발돼 유로화 대신 자체 통화가 쓰이고 있습니다. 수의사, 안경점, 재봉사부터 영어 교육과 아기 돌보기, 집에서 요리한 음식까지 자체 통화 통용 범위도 꽤 넓습니다.

물물교환과 대안 화폐를 결합한 이 지역의 경제 모델은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물물교환이 성행하는 현상 이면에는 그리스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들)에서 탈퇴하거나, 옛 통화인 드라크마로 복귀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은퇴한 고교 교사로 재봉을 시작한 마리아 후피스는 "상상의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더라도, 준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물물교환의 확산은 국가의 세수(稅收)를 줄여 재정상태를 더 악화시키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자구책이 국가엔 악재가 되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