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간 일하면서 회사 주가는 47% 이상 떨어졌는데 퇴직금은 1320만달러(약 155억원)?'
세계 최대 컴퓨터 제조회사인 휴렛팩커드(HP)의 전 최고경영자(CEO) 레오 아포테커가 퇴직금으로 최소 1320만달러를 가져가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또다시 월가 경영진의 과도한 퇴직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아포테커는 퇴직하며 현금으로 720만달러, 주식으로 360만달러, 보너스로 240만달러 등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태블릿PC 대응 실패, 주가 47% 이상 하락 등 계속된 실적 악화로 경질됐지만 두둑한 돈다발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경영 실적이 나쁜 경영자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선사하는 것은 HP뿐이 아니다. 지난 4월 버거킹은 존 치드시 전 CEO에게 퇴직금으로 2000만달러를 안겨줬다. 재임 기간 경쟁업체인 맥도날드에 실적이 뒤졌음에도 거액의 퇴직금을 준 것이다. 지난 6월 마세이에너지는 경쟁업체 알파내추럴리소시즈에 인수되면서 백스터 F 필립 주니어 CEO에게 퇴직금 1400만달러를 줬다. 지난 8월 뉴욕 멜론은행의 로버트 켈리 CEO가 이사회 임원 등과 불화 끝에 물러날 때도 1720만달러를 챙겨 갔다.
CEO들의 연봉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지난해 기본급과 스톡옵션을 포함해 2080만달러(245억원)를 받아 미국 대형 은행 CEO 중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겼다. 다이먼 CEO의 지난해 보수는 1년 전보다 1541% 급증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에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기업체 CEO 100명 가운데 25명은 지난해 해당 회사가 국가에 낸 세금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들 25명의 CEO가 받은 보수는 평균 1670만달러(197억원)에 달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과도한 연봉·퇴직금 계약을 맺는 것은 '수퍼스타 CEO'를 '모셔오기' 위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7개월 만에 해고된 아포테커가 알렉스 로드리게스(미국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연봉 선수)는 아니다"라며 "모든 CEO가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생각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CEO들이 성과를 내기보다 빨리 실패하고 쫓겨나 퇴직금 받아 가는 게 수지맞는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