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부동산과 탄광 투자, 고리대금업 등으로 막대한 부를 챙겨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려온 중국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상인들이 몰락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와 긴축정책에다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부도 기업이 속출하고 있고, 이들에게 고리로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들 역시 그 영향으로 연쇄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장성에서 발행되는 양성만보(羊城晩報)는 중국 100대 기업의 하나로 중국 주요 안경 제조업체인 신타이(信泰)그룹 후푸린(胡福林) 회장을 비롯해 지난 22일 하루 동안 원저우 지역 기업인과 사채업체 대표 등 9명이 동시에 자취를 감췄다"고 25일 보도했다.
◆수천억원대 도산 속출
신타이그룹은 은행과 사채업자들로부터 돈을 빌려 태양전지, 부동산 개발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가 최근 경기 침체 속에 자금난에 봉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저우에서는 지난 4월 이후 부도를 낸 기업주와 사채업자들의 야반도주 사건이 월 10~20건씩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일부는 해외로 도피했고, 국내 다른 지방으로 도주했다 당국에 검거된 이도 있다. 저우더원(周德文) 원저우중소기업촉진회 회장은 "3명의 사채업자는 각기 부도 금액이 10억위안(약 1800억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사채 금리 연 180%까지 치솟아
원저우 상인은 중국 개혁·개방기에 가장 성공한 상맥(商脈)으로 꼽힌다. 전자·전기·피혁·신발 등 분야의 수출 중소기업들이 번 돈을 기반으로 거대한 민간 사채시장을 형성한 뒤, 외지의 부동산과 탄광 등에 대한 투기로 떼돈을 벌어 '원저우 모델'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높은 이자를 좇는 개인과 기업이 사채시장의 주요 전주(錢主)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원저우 지역의 민간 사채 규모는 1100억위안(약 20조1600억원)이나 되고, 전체 가구의 89%, 기업의 60%가 사채시장에 돈을 투자하거나 빌려 쓰고 있다.
원저우 상인 몰락의 직접적인 요인은 부동산과 탄광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대출을 억제하고 개인의 주택 구입을 제한하는 등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정책을 실시해 원저우 상인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부동산 투기를 차단했다. 중소 규모 탄광 투자 역시 정부의 탄광 강제 통폐합 조치로 큰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중반에는 중동의 두바이 부동산까지 손을 댔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원저우 모델'의 근간이 된 민간 사채시장은 거의 마비상태에 빠졌다. 자금 시장이 극도로 경색돼 현지 사채 이자가 연리 180%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원저우 상인
중국의 대표적인 상맥으로는 응집력이 강하고 네트워크가 풍부한 저장(浙江) 상인, 중국의 근대 금융을 만들어낸 산시(山西) 상인, 문상(文商)으로 불릴 정도로 교양을 중시했던 안후이(安徽) 상인 등이 꼽힌다. 원저우 상인은 닝보(寧波) 상인 등과 함께 저장 상인으로 분류된다. 총명하면서도 내부 결속력이 강해 '중국의 유대인'으로 통한다. 일찍부터 해외로 진출해 국외 네트워크도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