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추락 사고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미국의 유명 비행기 경주대회에서 사고 비행기의 조종사가 더 큰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막판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기수를 돌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중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이 같은 방식의 비행기 경주에 대해선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州) 리노에서 16일(현지시각) 에어쇼의 일환으로 열린 '리노 비행기 경주'에서 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됐던 P-51 머스탱기가 VIP 관중석으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고 약 70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중태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아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30년 이상 비행경력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 지미 리워드(74)가 추락 직전까지 조종간을 붙잡고 기수를 돌린 덕분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미국 네바다주(州) 리노에서 지난 16일(현지 시각) 열린 에어쇼 ‘내셔널 챔피언십 에어 레이스’에서 2차대전에 투입됐던 전투기 P-51 머스탱이 관람석 가장자리로 곤두박질하고 있다(위).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54명이 부상했다. 시민들이 사고 현장에서 부상자를 돌보고 있다(아래).

이번 사고가 발생한 리노 비행기 경주는 하늘의 나스카(자동차 경주대회)로도 불린다. 지난 1964년 시작된 이래 지금은 매년 약 20만명의 관중이 운집하는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전에도 종종 사고가 발생해 지금까지 19명의 조종사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7~2008년에도 경기 도중 네 명의 조종사가 사망했고, 지난 1998년에는 비행기가 정상궤도를 이탈해 근처 마을 주변에 추락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관중이 다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주에 참가하는 비행기들은 주로 2차 세계대전에 사용됐던 프로펠러 전투기들로 보통 시속 500㎞ 이상으로 난다. 경주 비행기들은 철기둥으로 표시된 구간을 선회하게 되는데 비행고도가 15~150m에 불과하다. 우승자에게는 100만달러의 우승상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경주가 격화될 때는 결승점에 들어오는 비행기들의 날개 끝이 서로 부딪히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존 한스먼 MIT(매사추세츠공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비행 레이스를 할 때는 지상에서 아주 가깝게 날기 때문에 실수에 대처할 여지가 적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한편 이번 사고 다음 날인 17일에는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마틴스버그에서 개최된 에어쇼에서 2차 대전에 투입됐던 T-28기가 편대비행을 하던 중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