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솥이지만 정(鼎)은 다리가 3개 있는 솥이라면, 부(釜)는 다리가 없는 가마솥을 가리킨다. 부산은 왜 솥 '부'(釜)자가 들어가는 지명인가? 필자 생각으로는 부산에는 대(臺)가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해운대, 태종대, 신선대, 몰운대 등의 대(臺)들이 부산을 둘러싸고 있다. 분지형 지세를 솥단지로 본 것이다.

부산은 이북 사람, 전라도 사람도 많이 살고, 일본 사람도 많이 드나들고, 대륙과 해양이 만나서 서로 용해되는 솥단지이다. 이 솥단지는 한국 역사의 전환기마다 역할을 했다. 임진왜란 때는 일본이 쳐들어와 제일 먼저 이 솥단지를 깼고, 6·25때는 팔도의 피란민들을 먹여 살리는 밥솥이 되었고, 1979년 부마(釜馬)사태는 이 솥단지의 물이 끓어 넘친 것이고, 월드컵 4강에서 한국이 첫 승을 올린 곳도 바로 부산 축구장이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부산의 솥단지가 요즘 다시 끓고 있다. 한 여자가 이 솥단지에 불을 때고 있다. 한진중공업 크레인 농성의 주역 김진숙이다. 팔괘(八卦) 중에서 김진숙과 같은 장녀(長女)를 손(巽)괘로 보는데, 손괘는 바람(風)을 상징한다.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전국의 희망버스 바람을 부산으로 불러 모으며 솥단지를 가열하고 있는데, 이 대목에서 79년 YH여공 사건이 생각난다. 이때도 여공(女工)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YH여공 사건은 부마사태로 연결되지 않았던가.

가열된 이 솥단지에서 음식을 넣고 끓이는 사람이 있다. 불은 여공이 때고 있고 요리 재료를 솥단지에 넣고 열심히 끓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문재인이다. 그 요리는 어떤 요리일까? 먹다 남은 잡다한 식재료를 투입한 부대찌개인가, 산해진미가 들어간 불도장이 될 것인가. 아니면 면발 몇 움큼 들어가는 냉면인가, 고기 살점이 토실하게 붙은 갈비탕이 될 것인가. 문재인은 여기에다 맛을 내기 위해서 소금과 후추를 넣고 싶어하는 것 같다. 부산 출신인 컴퓨터 백신의 대가 안철수와 강남좌파를 자처하는 조국 교수이다. 과연 이 두 사람이 문재인 요리를 위해서 소스 역할을 해줄 것인가? 이 대목도 앞으로 지켜볼 관전 포인트이다.

솥단지에 가해지는 열의 온도, 요리사의 기량, 적절한 양념 여부에 따라 이 요리의 맛과 칼로리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