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유모(35)씨는 얼마 전 백화점에서 산 운동화를 집에서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살 때는 미처 잘 보지 못했는데 양쪽 신발의 끈을 꿰는 구멍 수와 위치가 달랐다. 아무래도 불량품인 것 같아 매장에 전화를 걸었다. "그 제품은 원래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 개성 있게 디자인하기 위해 양쪽 운동화의 디테일(세부 요소)을 다르게 했다는 것이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밑창에 들어간 선의 색깔이나 신발 옆부분의 구멍 장식 등 양쪽이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유씨는 "구멍 위치가 다르다 보니 신발끈을 묶은 모양도 자연스럽게 양쪽이 다르다"며 "한 켤레의 신발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어 지금은 만족하며 신고 있다"고 했다.

옷이나 액세서리에서 좌우 양쪽의 모양을 다르게 한 '비대칭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양쪽이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디자인이다. 별도의 장식을 더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눈길을 끌기 때문에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멋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다.

장식이 다르네

비대칭 디자인이 가장 많이 적용되는 패션 아이템은 신발. 원래 양쪽이 분리돼 있어 색다른 실험을 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비대칭을 표현하는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한쪽은 은색, 다른 쪽은 파란색으로 색깔을 완전히 다르게 한 플랫슈즈, 한쪽에만 별 모양의 금속 장식을 넣은 샌들도 있다. 술 장식을 한쪽은 발등 쪽에, 한쪽은 뒤꿈치에 붙여 느낌을 달리하기도 한다.

귀고리에서도 이런 디자인이 흔히 보인다. 달과 별, 구름과 우산처럼 연관성이 있는 사물을 한 쌍으로 하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도넛·커피잔·컵케이크 등 서너 개를 아예 한 세트로 묶어 기분에 따라 착용하게 한 것도 있다.

한 벌의 옷에도 비대칭 디자인은 곳곳에 숨어 있다. 회사원 김모(28)씨의 셔츠는 일반적인 일렬 단추 외에 가슴 아래쪽에도 3개의 단추가 달려있어 이걸 일렬단추에 채우면 앞에서 본 옷 모양이 불규칙한 비대칭이 된다. "단추를 잘못 채웠냐는 사람들이 꼭 있어요. 원래 그런 거라고 설명해주면 그제서야 다들 신기해하죠. '은근히 독특한' 디자인에 이런 소소한 재미까지 있어 좋아요."

좌우 재단을 다르게 해 입으면 한쪽으로 쏠린 듯 보이는 민소매 티셔츠, 한쪽에만 주름을 넣어 풍성한 볼륨감을 준 티셔츠 등도 인기다. 앞과 뒤의 길이가 다른 치마처럼 좌우뿐 아니라 앞뒤를 비대칭으로 만들기도 한다.

홍익대 패션디자인과 간호섭 교수는 "과거엔 양쪽 모양이 다른 경우는 짝짝이 신발처럼 웃음을 자아내는 실수뿐이었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비대칭 디자인은 의도된 실수로 즐거움을 주면서 시각적으로도 독특하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