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뿐 아니라 소설 '해리포터'시리즈도 전 세계적인 히트 상품. '해리포터'는 67개 언어로 번역돼 현재까지 총 4억5000만부가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누적판매 부수만 1500만부. 1700만부를 훌쩍 넘긴 이문열의 '삼국지'(전 10권)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번역서로는 최고 기록이다. 영국 블룸스베리 출판사에서 출간된 원작은 7권. 원래 '목침(木枕)'에 가까운 두꺼운 분량인 데다 우리말 번역으로 더 늘어나 한국에서는 총 23권으로 분권(分卷)했다.
작가 조앤 롤링(Rowling·46)이 이혼과 실업으로 고통받으며 생후 4개월 딸과 카페를 전전하며 '해리포터'를 쓰기 시작했다는 사연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 그렇게 나온 '해리포터'의 한국 번역판의 운명도 드라마 같았다.
영국에서는 1997년 6월 1부가 출간됐지만 한국에서 첫 책이 나온 것은 2년이 훌쩍 지난 1999년 8월이었다. 당시 청소년물의 저작권은 1000~1500달러 수준. '해리포터' 측은 무려 '4만달러'를 불렀다. 한 번 계약하면 시리즈 전체를 출판해야 한다는 조건도 부담이었다. 내로라하는 출판사가 다들 검토만 하면서 망설이고 있었다. 대신 당시 중소 규모였던 '문학수첩'이 승부수를 던졌다. 김종철 문학수첩 대표는 "당시 기획부 직원으로 막 입사한 딸 은경(36·문학수첩 기획실장)이 '출판은 잘 모르지만 이렇게 재밌는 책은 처음'이라며 '혼수비용 필요없으니 그 돈으로 제발 이 판권을 사라'고 졸라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1부를 두 권으로 나눠 초판 1만질(2만권)을 찍었지만 첫 반응은 지지부진했다. 급히 찍어 오탈자까지 속출했다. 김종철 대표는 7000질, 1만4000부를 거둬들여 폐기처분하고 새로 출간했다. 이어 이 책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을 포기하게 만드는 흡인력 있는 소설"이라는 전문가 추천 등이 더해지며 한국에서도 소위 '대박'이 났다. 김 대표는 "1999년 12월 26일부터 하루에만 10만부씩 주문이 들어왔다"면서 "책 주문 좀 그만 들어오게 해달라고 기도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