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인가 '한국전쟁'인가.

6·25 발발 61주년을 맞아 한국전쟁학회(회장 허만호 경북대 교수)가 21일 개최하는 춘계 학술대회 발표 예정 논문에서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전쟁 후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국내에는 여전히 '정명(正名·올바른 명명)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는 아직도 '6·25전쟁'부터 '6·25동란(動亂)'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여러 명칭이 혼용되고 있다.

미국 북동부 코네티컷 셸튼시에 조성된 전몰용사 위령비석. 6·25전쟁 비(왼쪽 사진)에는 ‘잊혀진 전쟁’이라는 뜻의 영문과 함께 ‘Korean War’라고 적혀 있는 반면 베트남전쟁비에는 ‘이기지 못한 전쟁’이란 영문과 함께 ‘Vietnam War’라고 적혀 있다.

'한국전쟁'을 주장하는 쪽은 주로 좌파 진영인데 이들은 '6·25전쟁'은 '냉전·증오·분단의 용어'이기 때문에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쟁 발발 시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북측 책임만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또 전쟁 전후 남북한 상황을 보지 않고 전쟁 시점에 집착하는 것은 근시안적 태도라고 주장한다. 이런 태도는 6·25 전쟁 원인을 북한의 남침으로 보는 전통주의 시각에 맞서 한반도 계급갈등에서 파악하는 수정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은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전쟁'이란 명칭만 해도 미국의 수정주의 학자인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의 책 'the Origins of the Korean War, Vol.1'(1981년 출간·국내에는 1986년 번역·출간)이 국내에 소개되는 과정에서 국내에 확산됐다.

김 교수는 그러나 한국전쟁이란 용어를 사용할 경우 전쟁 발발 책임이 모호해지거나 전도될 우려가 있다면서 6·25전쟁이라 부르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주요 사건들은 발발시점에 따라 이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면서 '프랑스 7월혁명'과 '러시아 2월혁명' 등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6·25전쟁이라는 명칭에 거부감을 갖는 학자들도 임진왜란을 조선전쟁이라 부르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학계 일부에서 6·25전쟁이라고 쓰면 북한을 남한과 대등한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6·25 동란이나 사변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전쟁이 꼭 주권국가 사이가 아니라 상이한 정치집단 간의 군사적 갈등까지 지칭하는 넓은 개념임을 감안하면 전쟁으로 써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북한의 국제법적 전쟁 책임을 명확히 해두는 차원에서라도 전쟁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영어권에서 'Korea War' 대신 'Korean War'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이 베트남전쟁만 해도 'Vietnamese War'가 아니라 'Vietnam War'라 부른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Korean War'라는 표현에는 전쟁의 원인과 책임을 '코리언'들에게 귀속시키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는 것. 김 교수는 6·25가 당시 미소 냉전체제하에서 국제전의 성격을 띤 점을 감안하면 영문 표기는 'the 6·25 War in Korea(1950-53)' 혹은 'the Communist War in Korea(1950-53)'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