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관계 로비 사건인 '이용호 게이트'의 이용호(53)씨가 보해저축은행에서 불법 대출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10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씨 "저축은행마다 금감원 한 명씩 끼고 있다"
'이용호 게이트'는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리던 G&G그룹 회장 이용호씨가 보물선 인양 사업과 기업사냥, 주가조작을 하면서 정·관계 유력 인사와 검찰 고위간부의 비호를 받은 사건이다.
검찰은 2001년 9월 680억원대 횡령과 250억원대 주가조작 혐의로 이씨를 구속기소했으나, 축소 수사 의혹으로 차정일(車正一) 특검이 재수사했다. 재수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씨, '동교동 집사'였던 이수동씨를 비롯해 국정원·금감원·국세청 유력인사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신승남 검찰총장이 동생 승환씨가 이씨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 사실이 밝혀져 사퇴하는 등 검찰 고위간부 5명이 불명예 퇴진했다.
이용호 게이트는 1999~2000년 검찰과 금감원이 이씨의 주가조작과 상호신용금고(현 저축은행)에서 받은 불법 대출을 눈감아 준 데서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1998~1999년 KEP전자, 인터피온, 레이디가구 등 상장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했던 이씨는 인수자금을 동업자인 김영준씨가 소유한 대양상호신용금고에서 불법 대출했는데 검찰과 금감원이 알고도 덮었다는 것이다. 여당의 유력 정치인이 검찰과 금감원의 고위인사에게 청탁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에 도는 후일담이다.
이씨는 2006~2007년에도 골드상호신용금고(현 솔로몬 저축은행) 인수 로비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때는 '피의자'가 아니라 '고발자' 역할을 했다. 2001년 대양금고 김영준씨와 골드금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경쟁자에게 고배를 마신 이씨가 경쟁자 쪽 비리를 고발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김중회 전 금감원 부원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무죄(無罪)가 확정됐다. 이씨는 당시 검사에게 "저축은행들은 저마다 금감원 간부 한 명씩 끼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옥중이나 출소 이후에도 구설수
이씨는 2003년 옥중(獄中)에서 주식거래를 한 일로 물의를 빚었다. 이씨는 당시 '집사 변호사'를 고용해 구치소 접견 때 넘겨받은 주식거래용 단말기로 주식을 사들여 소규모 회사를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3월 출소 이후엔 다시 기업 사냥을 시작했다. 이씨는 측근 등의 명의로 작년까지 10개 가까운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취득했다. 검찰은 보해저축은행에서 불법 대출받은 돈 중 일부도 기업사냥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주가가 오를 기업의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기가수 S씨, 방송앵커 부부, 호텔 회장 등은 꼭짓점에서 주식을 사서 큰 손해를 봤다고 한다. 그는 수감 중이던 2006년 변호사에게 "돈을 빌려주면 기업지분 30%를 주겠다"며 5억원을 가로챈 혐의가 드러나 작년 10월 법정구속됐다. 이번 보해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 수사결과에 따라 형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입력 2011.05.20.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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